올해 벤처 스타트업계에서 가장 `즐거운` 소식 중 하나는 한국인이 설립한 온라인TV 서비스업체 `비키(ViKi)`가 2억 달러(약 2197억)에 일본 대형 인터넷쇼핑업체 라쿠텐에 매각된 것이다. 비키 창업자는 한국인인 호창성·문지원씨 부부다.
2010년 선보인 비키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이용자들이 직접 자막을 달아 공유한다. 인수 당시 미키타니 히로시 라쿠텐 CEO는 “나 자신이 비키 서비스가 크게 마음에 들었다”면서 “다양한 언어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비키로 우리 서비스를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업체가 글로벌을 무대로 서비스를 제공해 인수합병(M&A)된 사례는 드물다. 비키가 라쿠텐에 인수된 것이 그나마 최근 호재다. 전문가들은 창조경제 2.0로 가기 위해서 이런 희망적인 사례가 계속 모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이나믹 코리아`로 가는 의미 있는 발걸음이 모아져야 새해에는 길이 생긴다는 것이다.
`본 글로벌(Born global)` 창업이라는 단어가 생긴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비즈니스 기획 단계에서 국내가 아니라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구상하는 것. 국내에서는 새해부터 글로벌 서비스와 마인드로 무장한 스타트업을 탄생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 중이다. 정부에서는 글로벌 창업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동시켰고 기창업자, 예비 창업자는 이 바람을 타고 실리콘밸리·이스라엘 등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떠났다. 이들은 해외 유수 액셀러레이터, 인큐베이팅센터 등을 방문해 벤처캐피털리스트와 면담하고 기업설명회(IR)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해외에서 의미 있는 매출을 올리는 스타트업이나 괄목할만한 인수합병(M&A) 건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서비스가 무르익으려면 3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아직까지 의미 있는 첫 걸음을 뗀 스타트업도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상황. 한국 시장을 무대로 서비스를 출시한 업체가 든든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해외에 진출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진정한 본 글로벌 서비스에는 아직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떤 시도가 필요할까. 미래창조과학부, 중소기업청 등에서는 의미 있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정책은 정책일 뿐, 사회 문화적 배경과 산업 구조적 특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단순한 모방은 실패의 지름길일 수밖에 없다. 한계를 바탕으로 창업 생태계를 이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국내에 의존하는 기업환경, 인적 자원의 한계나 시리즈A가 부족한 투자 환경 등이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한국 고유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실리콘밸리, 이스라엘 등 외국 벤처 생태계의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따른다면 같은 실패를 고스란히 답습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강점인 자동차· 건설 등 다양한 업종에서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산업과 융합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기업 등을 구분 짓기 보다 긴밀한 공생 관계를 유지하도록 돕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셈이다.
특히 정부가 주도해 해외 네트워크 사무소를 개설하고 시장 특성에 따른 가이드를 제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용원 KT 상무는 “한국 업체의 글로벌 진출은 일회성 프로젝트 위주로, 성장 토양이 미성숙하다”며 “정부 지원 사업도 후속 사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미래부 중심의 협력 클러스터를 구성해 이들이 유기적으로 성장 가능토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금은 가장 유용한 수단이지만 동시에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기도 쉽다. 전문가들은 되도록 특정 기업에 대한 지원은 최소화하고 자생적인 성장에 힘쓰는 기업을 독려하는 방안으로 가야한다고 지적한다. 교육이나 컨설팅, 업무 시설 제공 등 건전한 벤처 문화 조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흥기 글로벌창업정책포럼 상임의장은 “정부는 동아시아 벤처 네트워크 등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정책을 발전시켜야 한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기업의 시장 창출 및 기술 역량 등을 전수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은 과제도 산적하다. 각종 창업 정책으로 인해 자금이 풀리면서 양적인 창업은 늘고 있는 반면, `탑 티어(Top tier)` 기업의 기술 경쟁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비슷한 관점에서 창업을 주도할 고급 인력이 창업보다는 삼성 등 대기업에 취직하려는 현실이나 창업 경험을 취업을 위한 스펙의 하나로 여기는 역효과 등도 아직 논의해 봐야 할 문제다.
◇ 글로벌 스타트업으로 도약, `앱디스코`
리워드 애플리케이션 `애드라떼`를 서비스하는 앱디스코는 지난 3년간 파죽지세로 성장했다. 더 이상 스타트업이라고 부르기 벅찰 정도다. 국내 리워드 앱 시장 선발주자로 시작해 최근에는 글로벌에서 더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를 겨냥해 출시한 서비스를 글로벌화하는 게 힘들다는 편견을 깼다.
비슷한 문화권인 아시아에서 성장이 두드러진다. 리워드앱 이용자 행태 상 초기 마케팅이 상당히 중요하다. 총알이 두둑해야하는데 최근 중국에서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면서 초석을 다졌다. 지난 11월 중국 모바일 기업인 텐센트의 공동 창업자인 정리칭으로부터 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최종 계약서에 날인한 것. 이로써 앱디스코는 총 60억원 규모의 목표 투자 금액 중 40억원의 유치를 완료한 셈이다.
앱디스코는 정리칭의 투자를 시작으로 70여 중국 게임업체들의 국내 독점 퍼블리싱을 위한 합자법인 설립 작업을 본격화한다. 앱디스코는 지난 11월 정리칭과 합자법인을 설립한다는 내용의 의향서에 서명하고, 정리칭이 최대지분을 소유한 글로벌 게임 퍼블리싱 기업인 탤런트워커와 전략적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가하면 지난 7월 베트남 앱스토어에서도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애드라떼는 정식 버전이 베트남에 출시된 지 2주도 안 돼 베트남 앱스토어 라이프 스타일 부문 무료앱 2위까지 오르는 등 1위를 향해 무서운 상승세를 보인 것. 애드라떼 성적은 베트남에 출시된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라인보다 높은 이례적인 성과였다. 유범령 앱디스코 글로벌 사업총괄은 “애드라떼의 해외 출시를 목표로 각 국가별 사용자 행태와 트렌드를 분석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기획하기 위해 오랜 기간 동안 노력했다”라면서 “온라인 스팸형 광고에 익숙한 베트남 사용자들이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참신한 모바일 광고로 인식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발한 것, 철저히 현지화된 홍보 마케팅을 진행한 것이 성공에 주효했다는 분석이다”라고 밝혔다.
향후 애드라떼는 지속적으로 동아시아 시장에 주안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용자의 스마트폰 사용 행태나 문화가 우리나라와 비슷한데다 한류 바람이 불고 있어 한국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없기 때문. 정수환 대표는 “앱디스코가 모바일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아시아 시장에서 긍정적인 가치 평가를 받고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아 기쁘다”라며 “이번 진출과 투자를 계기로 애드라떼, 라떼스크린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글로벌 게임 퍼블리싱과 같은 신규 사업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