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자동차 회사인 비야디(BYD)는 지난 1995년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하는 회사로 출발했다. 모토로라·노키아 등에 스마트폰·노트북용 배터리를 공급하다 점점 더 용량이 큰 배터리를 내놓기 시작했다. 자동차용 배터리까지 생산한 이 회사는 지난 2003년 친추안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직접 완성차 시장까지 진출했다. 지금은 가솔린·하이브리드·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로 발돋움 했다. 배터리를 생산하다보니 배터리 보호칩도 손 대기 시작했고, 이는 반도체 사업으로 발전했다. 지난 2008년 시노모스반도체를 인수한 뒤 차량용·보안용 상보형금속반도체(CMOS)이미지센서(CIS), 절연게이트양극성트랜지스터(IGBT) 등을 개발했다. 자동차 완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하기 위해 계열사를 추가로 설립했다. 총 18개 계열사 중 10개가 자동차 관련 사업을 한다. 반도체, 부품, 전력 관리 기술에서 발광다이오드(LED)나 태양광 사업도 파생돼 나왔다.
소재를 제외한 부품, 연구개발(R&D), 완제품을 중국 내에서 조달하고 현지 시장의 공공·민간 수요를 등에 업고 성장하는 전략을 취했다. 실제로 선전시에서는 비야디가 공급한 전기택시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스마트폰도 유사하다. 전화교환기(PBX) 회사로 출발한 화웨이는 통신 사업을 바탕으로 스마트폰을 제조한다.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핵심 반도체를 조달한다. PC 제조업이 모태인 레노버 역시 마찬가지다. 인쇄회로기판(PCB)과 마더보드 기술을 응용해 스마트폰·TV 제조에 나섰다. 이 회사도 핵심 반도체를 직접 개발한다.
한 중국 대기업 관계자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모든 부품을 직접 조달한다는 전략”이라며 “중국 내 방대한 인력풀을 활용해 내재화를 쉽게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중국투자공사(CIC)를 비롯한 금융권의 지원도 한몫한다. 신사업 진출, 인수합병(M&A) 등에 과감히 나설 수 있도록 해주는 환경도 중국 제조업의 수직계열화를 가속화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