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를 신재생에너지로, 대규모 발전소를 지역중심의 분산형발전으로 전환하는 `전력+ICT` 융합인 스마트그리드가 지난해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새해 창조경제 2년차를 맞아 수출산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보다 현실성이 강조된 정부의 과감한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구에서 열린 `2013 대구세계에너지총회(WEC)`에서 “앞으로 한국은 에너지 산업을 창조경제의 견인차로 발전시키고 창조형 에너지 경제로 전환해 경험과 노하우를 국제사회와 공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자동차·조선 산업 등이 한국 경제를 이끌어 왔다면 향후 국가 성장 동력은 에너지 분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됐다.
에너지업계는 ICT기반의 전력과 신생에너지의 융합을 통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정부의 과감한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원가수준 이하의 현행 전기요금제도와 한국전력의 전력판매 독점 구조를 개편하고 새해에는 지능형 수요관리(DR)나 신재생에너지 연계형 에너지관리서비스(EMS) 같은 새로운 부가서비스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승용 효성중공업 연구소장(전무)은 “신재생에너지 도입은 녹색·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수단이지만 정부의 뒤늦은 대응과 단기적 성과에 집착해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은 2.75%에 머물고 있다”며 “원자력 중심의 정책과 비현실적 전기요금 억제는 역효과를 낳았고 순환정전, 전력예비율 부족, 송전탑 건설 지연, 신재생에너지 산업 고사 등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에 스마트그리드를 창조경제의 대표적 산업혁신 모델로 인식하는 수준에 머물지 말고 선진국과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 위해 과감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박 소장은 “독일은 사상 최고치의 전기요금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발전을 2022년까지 100% 폐지하는 대담한 정책적 결정으로 신재생에너지와 스마트그리드 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있다”며 과감한 정책 구현을 강조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원을 기초로 차세대 분산형 전력시스템 구축을 앞당겨 에너지와 통신의 경계를 허무는 융합형 모델을 만들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안형근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글로벌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도 신재생에너지원으로 분산전원을 확대하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융합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태양광업계는 기업·기술간 구조조정을 거치며 어려운 한때를 보냈지만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상호보완적 설비의 등장으로 새로운 동력원을 확보했고 지속적인 셀·모듈 효율 증가에 힘입어 전력생산비가 점점 낮아지면서 그리드패리티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다.
이에 안 교수는 “정부의 정책은 `ESS+태양광` 등의 지속적인 정책지원과 시스템의 설치부터 운영까지 다양한 형태의 시장 참여를 유도하는데 초첨이 맞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에너지 분야에서 중소기업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경철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 이사는 “지금까지 그린에너지 산업은 태양광·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와 고효율 발전플랜트는 대부분 대기업 위주였다”며 “저전력 반도체, 전력절감 솔루션, 제조라인 효율화 솔루션 등 중소규모 수준의 전력IT 시장에도 정부나 공공기관 주도의 시장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