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제조업 로드…우리 제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그리다

고대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아시아는 세계 경제의 중심이었다. 특히 중국은 한때 세계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탄탄한 생산력과 시장을 보유했다. 그러나 지난 한 세기 동안 아시아는 산업혁명에 성공한 유럽·미국 등 서구 사회에 선두자리를 내줬다.

다시 21세기. 아시아는 단연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섰다. 그 정점에 제조업이 있다.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을 일구며 단숨에 경제 강국으로 부상했다. 그 뒤를 이어 중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한중 수교 20년이 흘렀다. 상상 이상의 일들이 전개됐다. 양국 교역액이 35배나 늘었다. 대중국 투자건수와 금액은 각각 80배, 160배 급증했다. 매주 840편의 항공기가 양국 하늘을 오가고 있고, 인적 교류 1000만명 시대에 이르렀다. 한 다리만 건너면 중국과 사업하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시대다. 싫든 좋든 중국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자 운명이다.

초기 우리 제조기업은 조선족이 많은 동북 3성에 주로 투자했지만, 2000년대 들어 상하이 등 동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진출했다. 최근에는 시안, 충칭 등 서부 내륙으로 넓혀가고 있다. 업종도 달라졌다. 한중 수교 초에는 봉제·섬유·조립 등 단순 임가공 기업이 많았지만 지금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기업이 대부분이다. 대만과 더불어 우리 제조업체들은 중국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로 꼽힌다.

중국이 미국을 위협하는 G2로 부상하면서 우리 제조 기업들은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지금 중국에는 일자리가 넘쳐나고 있다. 중국 노동자들의 사고방식도 변하고 있다. 중국 젊은이들도 더 이상 힘든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제조업체들이 최근 인력 부족에 골머리를 앓는 이유다.

개방 초 자본을 들고 중국을 찾는 기업은 VIP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딴 나라 얘기다. 세계 최고 부자가 되었으니 돈보다는 기술이 필요하다. 해외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은 거의 사라졌다. 오히려 매년 치솟는 인건비와 빡빡해지는 온갖 규제를 감내해야 한다. 웬만한 첨단기술이 없다면 지금 중국에 진출할 수 있는 제조업체는 몇 안 된다.

베트남·필리핀 등 비용이 저렴한 생산 거점으로 이동하거나 미얀마·캄보디아 같은 새로운 땅을 개척해야 한다. 동남아 국가를 지렛대로 활용한다면 우리 제조업에 아직 기회는 많다. 생산라인을 자동화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한국으로 유턴하는 것도 대안이다.

국가 백년지대계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서 세계 제조업의 지형도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간파하는 일은 눈앞에 떨어진 숙제다.

전자신문은 지난해 특별취재팀을 구성하고 우리 기업의 해외 생산거점 발자취를 따라 `아시아 제조업 로드`를 기획했다. 취재팀은 중국 9개 도시(베이징·상하이·광저우·쑤저우·선전·시안·톈진·둥관·후이저우)와 베트남(옌퐁·하노이·닌빈)·필리핀(라구나) 등 동남아 지역을 직접 탐방했다. 이를 통해 우리 제조업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씨줄과 날줄처럼 얽힌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지 고민을 담았다.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