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새해에 출시하는 `갤럭시S5`부터 프리미엄 모델보다 중저가 보급형 등 파생 모델 판매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스마트폰 판매 전략을 전면 수정한다. 종전 갤럭시S·갤럭시노트 시리즈는 프리미엄 모델을 70%가량 판매한 후 파생 모델로 틈새 수요를 잡는 방식이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 1위를 굳혔지만 시장 성장이 주춤하는 만큼 공격적인 전략보다는 내실을 챙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새해 1분기쯤 세 종류의 갤럭시S5 시리즈를 출시할 계획이다. 새로운 기능을 장착한 프리미엄 모델을 우선 공개한 후 시간차를 두고 두 가지 파생 모델을 잇따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S5는 이전 시리즈와 달리 프리미엄보다 파생 모델 판매에 무게중심을 둔 첫 제품이다. 선진국을 타깃으로 한 프리미엄 제품은 성장세가 꺾인 반면에 신흥국을 타깃으로 한 파생 모델은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5 프리미엄 모델 판매로 40~50% 수준의 판매 목표치를 달성하고, 파생모델로 50~60% 비중을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전작과는 상반된 판매 구조다.
회사는 다음 달 말 갤럭시S5 양산에 돌입한다. 판매 목표는 전작 갤럭시S4의 7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S4 판매 목표를 지나치게 높게 잡아 시장 대응에 실패한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예상되는 1월 초도 생산량은 80만~100만대, 2월 본격 양산 물량은 600만대에 불과하다. 판매 추이에 따라 3월 생산량은 800만~1000만대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 모델 생산량이 줄어들지만 갤럭시 시리즈의 하드웨어 혁신 속도는 오히려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기존 갤럭시 시리즈는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과 반대로 혁신은 더뎌지는 상황이었다. 판매 초기 수천만대에 달하는 소재·부품 수량을 뒷받침할 만한 공급망(SCM)을 단기간에 구축하기 어려운 탓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카메라 손떨림 방지(OIS), 커버유리 일체형(G2) 터치스크린패널(TSP), 지문인식 등 새로운 기능 개발에 먼저 착수하고도 경쟁사에 번번이 선두를 내줬다. 후발 업체들은 생산량이 적어 신기능을 지원하는 소재·부품의 안정적인 조달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 후발 업체들 사이에는 `삼성전자가 무엇을 하는지만 유심히 봐도 쉽게 하드웨어 혁신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며 “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 판매량이 늘면서 소재·부품을 싼값에 조달할 수 있지만 혁신에는 상대적으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갤럭시S5 프리미엄 모델에는 메탈케이스·방수방진·손떨림방지(OIS)·지문인식 중 일부 기능이 장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