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드라이브]아우디 Q7 `눈길의 정복자`

아우디 Q7
아우디 Q7

아우디 Q7은 Q3-Q5-Q7으로 이어지는 아우디 SUV 라인업 가운데 최상위 모델이다. 2006년 첫 출시된 이후 최고급 SUV 시장을 묵묵히 개척하고 있다. 디젤을 연료로 한 4.2 TDI와 3.0 TDI 두 모델로 구성됐으며 지난해(11월 기준) 486대가 팔렸다. 아우디에서 가장 인기 좋은 SUV 모델 Q5가 1000대 정도 팔렸으니 최상급 모델 치곤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3.0이 2012년보다 73% 성장하며 446대가 팔렸다. Q7 3.0 TDI를 서울~포항 구간에서 시승했다.

아우디 Q7 실내
아우디 Q7 실내

Q7은 첫 만남부터 `웅장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전체 길이가 5미터(5089㎜)가 넘는다. 차 높이는 에어서스펜션 조절에 따라 1697~1772㎜에 달한다. 웬만한 성인남성 키 높이다. 좌우 폭도 2미터(1983㎜)에 육박해 운전할 때 자꾸 차선을 넘지나 않았는지 사이드미러를 보며 확인하게 된다. 차 전면부를 칼로 푹 자른 듯한 커다란 싱글프레임 그릴이 웅장함을 더욱 강조하며 남성스런 `터프가이` 이미지를 짙게 풍긴다. 전면 헤드라이트에 28개, 방향지시등에 24개가 배열된 LED 미등은 멀리서도 아우디임을 과시하며 기분까지 반짝이게 한다. Q7에서 앞모습 못지않게 인상적인 부분이 `뒷태`다. 지나치게 크지도 작지도 않은 후미등, 후미등을 파고드는 번호판 주위 라인, 종을 엎어놓은 듯한 우아한 곡선 등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푸근한 인상을 준다. 전면부와는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인데, 어느 SUV에서도 보지 못한 독특한 외모다.

아우디 Q7
아우디 Q7

인테리어는 고급 가죽소재로 둘러싸여 전반적으로 깔끔한 분위기다. 차가 크다보니 모든 게 큼직큼직하다. 탁 트인 전방 시야가 눈에 들어온다. 사람 머리 크기 사이드미러는 눈의 피로감 없이 후방을 시원하게 보여준다. 앞바퀴축과 뒷바퀴축 간 거리가 3미터(3002㎜)를 넘어 실내 공간도 넓다. 발도 쭉 뻗을 수 있고 잠시 쉴 때 의자를 뒤로 젖히면 안마의자처럼 변신해 안락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연료량, 속도 등 모든 운행 정보가 집중된 계기판 클러스터는 편리했다. 한국 소비자를 위해 신경 쓴 흔적도 역력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독일 본사에서 직접 개발한 한국형 순정 내비게이션과 DBM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그러나 내비게이션은 전혀 사용을 하지 않았고, CD플레이어 등 전반적인 작동 체계가 직관적이지 못해 아쉬웠다. 운행 중에 와이퍼 워셔액이 떨어져 보닛을 열려는데 스위치를 찾지 못해 고생했다. 한참 만에 운전석 왼편 발목 부근에서 찾아냈는데, 보닛 스위치를 의미하는 그림 하나 없어 찾기가 쉽지 않았다. 트렁크 용량은 5인승일 때 775리터, 2인승일 때 2035리터에 달한다. 어지간한 물건은 문제없이 실을 수 있어 여행에 안성맞춤이다. 트렁크에 위치한 스위치를 누르면 차 높낮이가 조절돼 무거운 물건도 싣는 것도 어렵지 않다.

차를 달려봤다. 실내에서 디젤 엔진의 소음이나 진동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저속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칼날 같은 날카로운 주행본능을 드러낸다. 저속과 고속 어느 구간에서도 힘은 부족하지 않고 반응 속도는 즉각적이다. 팁트로닉(Tiptronic) 6단 자동변속기는 변속 시점을 느끼기 어려울 만큼 부드럽게 엔진의 힘을 바퀴에 전달한다. 1989년 탄생한 터보 직분사 디젤엔진(Turbo Direct Injection)은 25년의 세월을 거치며 진화를 거듭해 완벽에 가까운 성능을 보여준다. 3.0 TDI에는 V6 3000㏄ 엔진이 탑재되며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56.1㎏·m의 무시무시한 성능을 자랑한다. 2.6톤의 거구를 이끌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달하는 시간이 7.8초에 불과하며 최고속도는 218㎞/h에 달한다. 그러면서도 10.3㎞/ℓ의 두 자릿수 연비를 달성한 점이 놀랍다. Q7의 연료탱크는 무려 100리터에 달하는데, 서울 시내주행을 포함해 포항-영덕-울진 여행을 왕복하고도 기름이 남는 `괴력`을 발휘했다.

아우디를 이야기할 때 상시4륜구동 시스템 `콰트로`를 빼놓을 수 없다. Q7에도 예외 없이 콰트로가 장착돼 있다. 콰트로는 1980년대 초 개발된 기술로 30년이 넘는 역사 속에 기술적 성숙도를 더해가고 있다. 모든 바퀴에 동력을 전달해 접지력과 구동력을 극대화한다. 두 사람이 앞에서 끌거나 뒤에서 미는 것이 아니라 네 사람이 동시에 수레를 밀고 끄는 것과 같다. 도로 상황에 따라 바퀴에 배분되는 동력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여기에 미끄러운 노면에서 접지력을 증가시켜주는 `전자식 차동잠금장치(EDL)`가 결합되면서 눈길·빙판 극복 능력을 최대화한다. 실제로 발목까지 눈이 쌓인 해발 696미터 높이 죽령고개를 넘어갈 때 단 한 번도 미끄러지지 않고 여행을 즐기게 해준 콰트로의 성능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고개를 넘을 때 차가 단 한 대도 지나가지 않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고개가 험해 눈이 내린 날에 그 지방 사람들은 고개에 아예 발을 들여놓지 않는다고 한다. 초행자라서 자칫 위험할 뻔한 순간이었는데 무사히 고개를 넘어가게 해준 콰트로의 성능에 고마움을 느낀다. 아우디 Q7은 그야말로 `눈길의 정복자`였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