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선전, 1990년대 상하이 푸둥에 이어 2000년대 발전을 대표하는 도시 `빈하이 신구`는 명성만큼이나 크고 화려했다.
빈하이 신구의 시내는 톈진 도심보다 더 휘황찬란했다. 공업 지대도 여느 단지들과 비교가 안 될 만큼 규모가 크다. 폭스콘이 대표적이다. 80만㎡에 달하는 용지에 세운 공장은 연 2~3만명의 노동자가 근무할 수 있는 규모다. 아직 몇 천명이 시범 생산을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폭스콘은 장기적으로 다른 지역 생산라인을 이곳에 이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빈하이 신구는 지난 2006년 제11차 5개년 중앙 공산당 위원회가 북부 발전을 위해 종합개혁시험구로 지정한 곳이다. 이후 발전은 놀라울 정도다. 지난 2008년 3102억2400만위안(약 53조5653억원)에 그쳤던 빈하이 신구의 GDP는 2010년 5000억위안(약 86조3400억원)을 돌파하더니 2012년 7205억1700만위안(약 124조416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GDP가 4년 만에 갑절을 넘어선 것이다.
위안퉁 빈하이신구위원회 서기는 최근 “2013년 빈하이 신구 GDP 총액이 8000억달러(약 138조8880억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추산했다. 빈하이의 GDP는 톈진 전체의 56%에 이른다.
빈하이는 톈진항과 공항을 두루 갖추고 있으며 동북 3성 발전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이 있다. 황지·간석지 등 개척 가능한 땅이 1199㎢에 이른다. 근해에는 천연가스 등 자원도 풍부하다. 보하이 해역에 매장된 석유 자원이 98억톤에 달하며 천연가스는 2000m³ 정도에 이른다. 원자바오 총리의 고향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성장 배경이다.
중국 정부의 지원에 바탕을 두고 글로벌 기업도 줄이어 입주했다. 세계 500대 기업 중 127개 기업이 빈하이 신구에 투자했다.
국내 기업 가운데는 삼성전기가 대표적이다. 오래전 톈진에 진출한 삼성전기는 지난 2011년 해외 리더를 표방하며 빈하이 신구에 분공장을 추가로 세웠다.
불과 2년 만에 빈하이 분공장은 더 이상 빈 공간이 없을 정도로 꽉 찼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는 모두 중국 시장에 공급한다.
삼성전기는 기존 톈진 법인과 빈하이 분공장 외에도 카메라모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고신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톈진에만 세 개의 공장, 두 개의 법인이 있는 셈이다. 게다가 빈하이 신구에는 MLCC 공장을 증설할 수 있는 용지도 마련해 놓은 상태다.
톈진에 생산시설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중국 내 수요가 높으면서 기술 집적도가 높은 사업을 현지화하기 위해서다. 지금은 삼성전기 매출의 35% 정도를 톈진 법인과 또 다른 톈진 지역에 있는 고신 법인에서 맡고 있다.
삼성전기는 인건비 상승에도 더 많은 투자를 단행한 사례다. 빈하이 분공장에서 생산하는 MLCC는 워낙 크기가 작아 물류 부담이 없는데도 삼성전기는 톈진 생산능력을 키우고 있다. 톈진에 현지 인재가 많고 이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 때문이다.
MLCC 완성품을 포장(테이핑)하게 되면 물류 부담이 커진다는 점을 감안해 테이핑은 쑤저우 등지로 이원화했다. 중국 남쪽에 공급하는 제품 포장은 직접 현지에서 해결하는 식이다.
2000년대 들어 강도 높은 현지화 전략을 추진한 뒤 삼성전기는 직원 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각종 동호회 활동을 비롯해 사회공헌 활동도 적극 지원한다. 직원과 소통하고자 1년 동안 개최하는 간담회만 1200여회에 이른다.
현지 사업을 책임질 후계자 양성을 위해 매년 72명의 과장급 인력을 선출해 3개월씩 한국에서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도 남다른 점이다.
텐진(중국)=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