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미국·일본 간 경제·정치적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아세안의 몸값이 폭등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세안과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군사 네트워크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확보와 중국과의 영토 분쟁에서 아세안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미 1960년대 동남아에 진출한 일본은 경제 관계뿐 아니라 외교에서도 신경쓰고 있다. 도요타와 혼다는 최근 각각 인도네시아와 태국에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무역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일본의 동남아 투자는 102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5%나 늘어난 반면 중국 투자는 49억3000만달러로 31% 줄었다.
일본 정부는 필리핀·인도네시아 등과 통화 스와프 확대를 추진하고 있고,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는 금융 업체 인수전에 적극 나서면서 대아세안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일본의 아세안 밀착 외교는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을 때 한국·중국과 달리 아세안 국가 어느 곳도 비난 성명을 내지 않았다.
동남아를 자국 앞마당으로 인식해 온 중국은 아세안과 경제 협력과 동시에 외교 관계 개선에 힘쓰고 있다. 미중 양국은 지역경제 통합 논의에서도 아세안을 놓고 대립각을 세운다.
2011년 `아시아 회귀`를 선언했던 미국은 최근 개혁·개방에 나선 미얀마와의 관계를 강화하며 중국의 인도양 진출을 견제하고 있다.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중국은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은 교역이 잦았던 아세안을 상대로 일찍부터 지역경제 통합을 논의했다. 중국과 아세안의 경제협의체 아세안+1은 1997년 아세안+3(한중일) 체제로 발전했다. 양 협정 모두에 동남아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어 향후 아세안의 위상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