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현대·기아차 내수 판매가 5만대 넘게 줄어들면서 심각한 내수침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 국산차와 수입차에 고정고객을 빼앗기며 한 때 월간 점유율이 사상 최저수준인 60% 초반대까지 곤두박질 쳤다. 독과점적 지위에 안주하다가는 60%대 점유율 사수도 어렵다는 강한 경고메시지가 나온다.
7일 완성차 업체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통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2013년 총 내수 판매량(승용·RV 포함, 트럭 및 버스 제외)은 88만2654대를 기록했다. 이는 2012년 93만6471대보다 5만3817대 줄어든 수치다. 1년새 연간 판매량의 5.74%가 빠진 셈이다. 5만대는 쌍용차나 르노삼성의 연간 판매량과 맞먹는다.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지난해 평균 내수 점유율은 68.25%에 그쳤다. 2012년 평균 71.6%보다 3.35%포인트가 줄었다. 2012년 단 한 차례밖에 나오지 않은 월 60%대 점유율이 지난해엔 아홉차례나 나오면서 내수 점유율 70%가 넘는 `황금시대`가 끝났음을 알렸다.
현대·기아차 내수 침체가 심각한 것은 하반기로 갈수록 점유율 하락이 심해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이 회사의 월간 점유율 추이를 살펴보면 상반기엔 70%에서 소폭 오르거나 내렸으나 하반기엔 60% 중반대까지 뚝뚝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급기야 12월엔 사상 최저 수준인 63%까지 하락했다. 평균 점유율도 상반기엔 70.17%였으나 하반기엔 66.34%에 머물렀다. 판매물량이 많은 자동차 시장에서 이처럼 한 회사 점유율이 한 번에 4~5%포인트씩 출렁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그만큼 현대·기아차 내수 판매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에서 이탈한 고객들이 경쟁 국산차나 수입차로 이동하는 모습은 통계에서 정확히 확인된다. 현대·기아차 점유율이 추락하는 사이 한국지엠·쌍용차·르노삼성 국산 3사 연간 평균 점유율은 18.41%에서 19.63%로, 수입차 점유율은 10.01%에서 12.1%로 각각 상승했다. 특히 국산 3사는 12월 점유율 26%를 넘기는 `깜짝 실적`을 기록하는 등 하반기부터 꾸준히 내수 저변을 확대해가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쉽사리 내수 점유율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연초부터 수입차 할인공세와 신차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뚜렷한 대항마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 출시가 예정된 신차가 많지 않은 데다 해외 시장에서 엔저 호황을 누리는 일본 업체와 힘겨운 경쟁을 벌이느라 내수시장에 쓸 마케팅 `실탄`도 넉넉하지 못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은 그동안 한 업체 제품밖에 선택할 수 없는 현실에 둘러싸여 있었다”면서 “연비 등 성능이 좋고 가격도 싸진 다른 자동차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현대·기아차의 기술력과 서비스가 좋아지지 않으면 점유율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표]2013년 자동차 내수시장 점유율 추이(%)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