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GCS사업에 정책적 창의성이 필요한 이유

정부가 `글로벌크리에이티브소프트웨어(GCS)`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한다. 요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국산 소프트웨어(SW)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라는 설명이다. 지난 3년간 진행한 월드베스트SW(WBS) 사업의 확장판이라고나 할까.

정부와 민간 투자를 합해 모두 4000억원 가량을 투입한다고 한다. 조만간 제안 공고를 하고 3년간의 사업에 들어가겠다는 말도 들린다. WBS보다 사업 범위는 넓고 지원 자격 조건은 낮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보다 다양하고 창조적인 SW 개발을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좀더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민간 투자 수준이다. 취지야 이해하겠지만 중소기업이 감당해야 할 몫이 40~50% 수준이라면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총 연구개발비로 10억원이 필요하다면 SW 기업이 절반을 감당해야 한다. 결국 자금력 있는 기업에게만 유리한 제도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지난 WBS 사업이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중견기업과 나아가 대기업만을 위한 제도라는 비판이 그래서 나왔다.

한 국산 SW 기업은 수개월의 공을 들여 제안한 사업 과제가 정부로부터 채택됐지만 부채가 있다는 이유로 다른 경쟁 기업에 과제를 넘겨줘야 했다. 회사로서는 사업 아이디어만 경쟁업체에 고스란히 내준 꼴이 됐다.

또 다른 기업 역시 회사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수행사업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중소 SW 기업들이 GCS 프로젝트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사는 SW기업에 40~50%의 자금 투입을 요구하는 건 무리다. 그렇다고 컨소시엄 구성만이 대안이 될 수도 없다. 이미 WBS 사업에서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과제의 성과가 좋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 GCS 사업을 추진하면서 `창의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취지를 살리기 위해 기존 중견 SW 기업 뿐 아니라 영세한 중소 SW 기업들도 참여할 수 있는 `창의적` 방안이 균형 있게 모색돼야 한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