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제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은 완제품 조립 수준에 머물고 있다. 소재부품 등 제조업의 후방 산업군이 취약하다는 점은 골칫거리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베트남 내 부품·원자재 조달 비율은 28%에 불과했다. 인도네시아 43%, 태국 53%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현재 베트남에는 1000여개에 달하는 부품·원자재 기업이 있다. 그러나 베트남에 진출한 해외 기업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섬유·봉제 등 경공업 분야부터 전기전자·자동차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에 이르기까지 소재부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최근 베트남 현지 업체들도 소재부품 산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규모가 작고 저급 부속품 생산에 그치고 있다.
전기전자 산업에서도 30개가량의 소재부품 공급망(SCM)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베트남에는 주요 제품 생산을 위한 기계·장비 업체가 거의 없고, 베트남 기업이 일부 생산한 제품도 품질 규격에 못 미쳐 쓰기 어렵다.
취약한 소재부품 산업 기반은 대형 프로젝트 철회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본 마쯔다와 미국 포드는 부품 공급업체를 찾지 못해 베트남에 투자하기로 한 각각 7억달러와 10억달러 규모의 자동차 생산 프로젝트를 취소했다.
소재부품의 중요성을 인식한 베트남 정부는 최근 후방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수도 하노이에 `HANSIBA(Ha Noi Supporting Industry Business Associaton)`를 출범해 소재부품 산업 지원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 HANSIBA는 소재부품 산업에 진출하거나 사업 확장을 고려하는 외자 기업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북부 하이퐁시와 남부 바리어붕따우성은 기계 제조와 전자산업에 특화된 단지를 조성하고 외국 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소재·부품 기업뿐만 아니라 산업단지 인프라에 투자하는 기업에도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특히 바리어붕따우성은 특정 목록에 해당하는 소재부품 산업에 투자하는 기업에 15년 간 우대 세율 10%, 기업 소득세 발생 이후 4면 간 면제, 이후 9년 간 50% 감세안을 제시했다. 소재·부품 투자를 위해 수입하는 고정 자산은 무관세를 적용하고, 자체 생산이 불가능한 원자재나 부품을 수입하는 기업에 무관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베트남 중앙 정부는 첨단 산업 유치를 위한 하이테크법을 제정해 외자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크루셜텍은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 베트남 과학기술부가 선정하는 하이테크 기업에 선정됐다. 4회계년도 동안 법인세를 면제 받고, 9년 동안 50%만 내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연성회로기판(FPCB) 업체 플렉스컴이 하이테크 기업에 등록되기도 했다.
박신호 엠씨넥스베트남 법인장은 “베트남 정부가 제조업 고부가가치화를 기치로 내걸고 있어 향후 임금 경쟁력만으로는 우리 기업이 버티기 힘들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의 진출 전략도 그 목적에 맞게 좀 더 정교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