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인 A은행의 독일 현지법인. 독일에서 거주하는 한국계 미국인 김현수(가명)씨는 A은행 독일법인과 금융거래를 한다. 그러나 A은행은 국내 지점 금융거래 이용자에 대해서는 미국 납세자를 확인, 보고했으나 해외법인은 미국 납세자 보고 체계를 갖추지 못해 김현수씨를 독일 국세청을 통해 미국 국세청에 신고하지 못했다. A은행은 2017년까지 미국 납세자 계좌정보를 누락해 금융자산 전체의 30%를 원천 징수당했다. 이는 7월 시행 예정인 해외금융기관계좌납세순응법(FATCA) 대응 부실로 발생될 수 있는 시중은행의 피해를 예로 든 것이다.
지난해 은행연합회와 14개 은행 공동으로 추진한 FATCA 대응이 해외법인을 배제해 부실 논란이 제기됐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금융거래에 FATCA 대응을 잘 하고서도 해외법인 대응이 이뤄지지 못해 미국에서 발생되는 해외수익 상당부분을 잃게 될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미 FATCA 시행을 위한 국가 간 협정을 맺은 상황이어서 해외법인 대상 대응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금융회사, 미국 납세자인지 판단해 보고해야
FATCA가 시행되면 국내 금융회사는 가장 먼저 금융거래 이용자가 미국 납세자인지 여부를 파악, 우리나라 국세청을 통해 미국 국세청에 보고해야 한다. 현재 국내 금융회사는 계좌 개설 시 금융거래자 주소를 기입하도록 하지만 미국 납세자인지는 파악하지 않는다. 미국 납세자 판단은 미국 국적, 미국 거주기간 등 다양한 기준이 활용된다.
미국 납세자 증빙서류도 갖춰야 한다. 미국 납세자로 추정되는 금융거래자에게 증빙서류를 요청, 관련 서류를 받아야 한다.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는 비협조 금융거래자의 별도 관리도 필요하다. 금융회사는 미국 납세자 판단 절차에 따른 각종 행위를 데이터로 보관해야 한다. 미국 납세자로 판정되면 계좌정보·잔액정보·소득정보 등을 미국 국세청으로 통보한다.
미국 FATCA는 전 세계 80여개국과 국가 간 체결된 협정에 따라 시행된다. 협정을 체결한 국가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면 해당 법인도 FATCA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의 금융회사와 금융거래를 하면 이에 대해서도 미국 납세자 판단 체계를 갖춰야 한다. 협정에 따라 보고 체계는 해당국가 정부(국세청)를 통해 보고하는 형태와 직접 미국 국세청에 보고하는 형태 두 가지다. 금융회사는 각 협정에 맞는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은행연합회 주도 공동 프로젝트 부실
국내 금융회사의 FATCA 대응은 프로세스 개선과 전산시스템 구축 두 가지다. 은행권은 지난해 은행연합회 주도로 14개 은행 공동 FATCA 대응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공동 프로젝트로 FATCA 대응 운영모델과 전산요건, 내부통제 기준절차 등을 마련했다. 문제는 지난해 진행한 은행권 공동 프로젝트가 해외법인을 제외했다는 것이다.
당시 제안업체들은 은행연합회 공동 프로젝트 사업 규모를 200억원으로 추산해 준비했다. 그러나 실제 프로젝트는 42억원에 발주됐다. 이 중 상당부분은 제안에 참여한 법무법인 몫으로 돌아갔다. 은행연합회는 예산 한계로 사업범위를 국내로 한정했다. 해외법인은 국민은행만을 대상으로 시범 적용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시 국민은행은 FATCA 적용을 받는 해외법인이 단 한 곳에 불과해 시범대상으로 적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예산부족으로 국내만 한정해 진행한 프로젝트로 상당수 금융회사는 해외법인 대상으로 추가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공동 프로젝트부터 해외법인을 고려해 진행했다면 초기 비용이 들더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는 “공동 대응프로젝트에 일정 금액을 지불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공동 대응 산출물은 국내 지점에만 적용하고 해외법인은 비슷한 규모의 금액을 배정받아 별도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뒤늦게 해외법인 적용 추진
금융회사도 뒤늦게 해외법인 적용의 중요성을 인식, 대응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가장 먼저 외환은행이 FATCA 프로세스 정립과 시스템 구축 사업을 발주했다. 우선적으로 국내 금융거래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늦어도 2월 중에는 해외법인을 대상으로 한 FATCA 대응 프로젝트를 추가로 발주할 계획이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우선 국내 금융거래만을 대상으로 이달 중 FATCA 사업을 발주한다. 이후 2월이나 3월부터 해외법인 대상 FATCA 프로젝트를 병행, 추진한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국내와 해외법인을 통합해 FATCA 대응 사업을 발주한다. 국민은행은 비교적 FATCA를 적용하는 해외법인이 적어 순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해외법인을 두고 있는 대형 2금융사도 올해부터 FATCA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회사는 국내 지점과 해외법인 대상으로 △FATCA 규제 변경에 대한 모니터링과 적용 시스템 △각국별로 상이한 협정 조건에 따른 해외법인 대응 체계 △해외법인의 현지국 내 다른 법률과의 상충 문제 해결 등을 수행한다.
주요 은행별 FATCA 대응 진행 상황
자료:업계 종합
해외법인 FATCA 대응 프로젝트 내용
자료:업계 종합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