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기술 지주회사 제도가 겉돌고 있다. 대학 내 기술 사업화로 연구개발(R&D)역량을 강화하고 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야심차게 출발한 대학기술 지주회사가 출범 5년을 맞았지만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미래부·산업부 등 관리 주체가 모호하고 비슷한 사업화 조직이 생기면서 위상과 역할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국내 대학기술지주회사는 23개에 있으며 산하에 104개 기업을 두고 있다. 2008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2015년까지 50개 기술지주회사, 550개 자회사를 만들어 매출액 3조3000억원, 1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2년이 남았지만 아직도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 뿐 아니라 기술지주회사 내 자회사도 일부 매출을 올리는 업체만 있을 뿐 인수합병(M&A)이나 IPO 등으로 성공한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벤처캐피털(VC)에 괄목할만한 수준의 투자를 받은 업체도 전무해 사실상 정책 실패라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모호한 관리 주체를 첫 손가락으로 꼽았다. 설립 근거법은 교육부(구 교육과학기술부), 지원은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로 나뉘어져 책임 주체가 모호한 상황이다. 여기에 산업부는 기술이전 전담조직(TLO) 지원 사업, 기술거래촉진 네트워크 사업, 기술지주회사 활성화기반 구축 등의 사업을, 미래부는 우수기술탐색이전사업, 기술사업화 (R&BD) 등을 지원해 교육부 사업과 별개로 움직이고 있다. 산업부가 기술이전과 사업화 `기반`을 구축한다면 미래부는 이를 `촉진`하는 사업을 담당하는 셈이다. 부처가 다르기 때문에 기반은 기반대로 촉진은 촉진대로 이원화되어 있다. 서울에 위치한 Y대학 창업지원단 관계자는 “기술지주회사 자회사에 대한 기술 현물 출자 규정이 완화되지 못하는 이유도 업무가 다양한 조직에 걸려 있기 때문”이라며 “중소기업청 등까지 합치면 조직이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대학 조직 갈등도 발목을 붙잡고 있다. 산학협력단, 창업지원단, 기술지주회사, 창업보육센터, TLO 등 창업지원과 관련한 기관은 많지만 업무상 중복성이 심각하다. 문제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움직이다보니 반목이 심해 업무 연계도 잘 안 된다는 점이다. 대전에 위치한 H대학의 경우 창업지원 조직 내 갈등으로 인해 입주 업체 관리가 미흡해 시위가 벌어진 사례도 있다. 일부에서는 기술지주회사와 TLO조직은 업무 유사성이 커 이를 통합해 독립적인 운영권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대학에서 기술이전과 관련해 전문적인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원인이다. 사실상 창업지원단 등에 속해있는 변리사 등이 기술사업화 전문 인력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와 산자부에서 전문 인력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연 20시간 과정(주문형 과정)과 4개월 과정(기술전략과정)이 전부다. 최근 사임한 산학연기술지주회사협의회 이성균 전 회장은 “대학과 연구소는 창조경제 추진 주체가 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지만 뚜렷한 기술사업화 성공 스토리가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해외 대학의 기술지주회사를 벤치마킹해 한국 대학도 몇 조원씩 기술이전수익을 올려 대학을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