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유력 차량 소프트웨어(SW) 전문업체 KPIT가 한국시장 상륙이 확정됨에 따라 외산 일색인 국내 차량용 SW 시장의 외산 업체 종속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 위상에 걸맞은 차량 SW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SW업계와 자동차업계에서 집중 제기됐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SW 전문기업인 인도 KPIT가 오는 3월 한국지사를 공식 설립한다. 지난 연말 이사회에서 한국지사 설립을 승인한 이후 우리나라에서 SW 전문인력을 집중 채용하고 있다.
KPIT는 `다크호스`로 부상한 인도 차량용 SW 강자인 전문업체다. 2012회계연도 매출이 4억1000만달러(약 4300억원)에 달하는 대형 회사다. 최근 일본, 중국, 독일 등에 잇따라 지사를 설립하며 자동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와 자동차 SW 플랫폼 국제규격인 오토사(AUTOSAR)를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
업계는 KPIT가 현대차 오토사 플랫폼이라는 강력한 마케팅 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국내 시장에 쉽게 안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2015년을 전후해 오토사를 전장 부품에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KPIT는 이 밖에도 다양한 차량용 SW 외주용역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는 “현대차가 움직이면 기존 업체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오토사 수요가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 업체까지 자동차 시장을 겨냥해 한국에 진출할 정도로 국내 차량 SW 시장은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국산 SW 업체가 얻는 수혜는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오토사만 해도 일렉트로비트, 디스페이스, 벡터, 멘토그래픽스 등 독일과 미국 업체가 과점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국내 차량용 임베디드SW 시장 규모를 연간 6조원 규모로 추산했다. 업계는 이 가운데 90%를 해외업체가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차량용 임베디드SW 국내 기업은 90여개에 달하지만 인포테인먼트, 내비게이션 등의 사업에 치중하는 소규모 업체가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진 업체와 기술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핵심 기술제품에는 외산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KEIT는 2013년 현재 국내 임베디드SW 기술력이 가장 앞선 유럽에 비해 4년가량 뒤처진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과 일본은 유럽과의 격차가 1년 정도에 불과하다.
이규택 산업통상자원부 임베디드SW PD는 “자동차를 포함한 국내 제조업계는 힘들게 하드웨어를 개발하고도 두뇌 격인 SW는 외산제품을 탑재할 수밖에 없는 부실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정부도 이런 추세라면 4~5년 안에 중국에 추월당할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차량용 SW 개발업체 지원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AUTOSAR
`개방형 자동차 표준 소프트웨어 구조(AUTomotive Open System ARchitecture)`의 줄임말. 흔히 `오토사`로 약칭한다. 차량 전장부품용 임베디드 SW 사용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표준화된 플랫폼이다. BMW, 보쉬, 콘티넨털 등 독일 업체 주도로 개발됐으며 2015년을 전후해 국내외 완성차 업체가 사실상 강제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부터 전장부품 업체의 오토사 적용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