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미래 `창의자본`]<2>미국 지식재산권분쟁, 영업비밀이 중요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 특허전쟁에 가려 잊혀진 국제지식재산(IP)권분쟁이 있다. 연간 1조8000억원 규모 슈퍼섬유 아라미드 제조공법 절도사건으로 9억2000만달러 손해배상과 20년 동안 세계적인 아라미드 제조금지명령을 받은 국내기업 코오롱과 관련 세계시장을 46%나 소유한 미국 듀폰사 분쟁이다.

〃코오롱과 듀폰의 지재권 분쟁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오롱은 KIST의 윤한식 박사가 발명한 제조방식으로 1979년 아라미드 생산에 성공했다.

〃코오롱 지원을 받은 윤 박사는 1985년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 일본 독일 등 7개국에서 관련 제품 특허를 등록했다. 코오롱이 아라미드 생산을 재개하자 듀폰은 코오롱에 조인트벤처 제안을 하지만 양사는 합의하지 못한다.

〃듀폰은 1986년 유럽특허청에 윤 박사의 특허무효 재심사를 신청했고 결과는 윤 박사의 독일특허 재승인이었다. 코오롱은 2005년부터 아라미드를 양산해 관련 세계시장 점유율이 8%(연간 5000톤)가 되고 2006년 미국시장에 입성했다. 코오롱은 듀폰 본사의 아라미드 제조와 마케팅 임원으로 25년을 일했던 마이클 미첼을 2007년부터 컨설턴트로 고용했다. FBI가 미첼의 개인 컴퓨터에서 듀폰의 비밀정보 소장사실을 발견하자 그는 영업비밀 절도 및 사법방해 사실을 자인하고 18개월 구금형을 받는다.

〃실명이 거론된 5명의 코오롱 임원들이 영업비밀 절도에 관련이 있는 1만7811개 전자파일과 이메일을 불법파기했다는 FBI 수사결과를 미 법무부가 발표하자 절도소송 담당 판사는 부정적으로 추론하라는 배심원 설시를 했다. 배심원은 2011년에 9억2000만달러 영업비밀 절도 손해배상 평결을 한다.

〃지난 20여년 동안 기술발전 속도와 관련 IP권의 관계를 보도록 하자 2007년 처음 출시된 스마트폰이 5년 사이에 4세대가 출시된 현실에서 기술 발명은 1년 6개월에 한 번씩 세대가 바뀐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반세기 동안 국제 IP권 분쟁은 대부분 특허에 집중돼 왔고 미국특허는 평균 출원기간이 23개월이 소요된다.

〃어떤 새로운 발명을 미국특허로 보호하는데 23개월이 걸리는데 그 발명은 특허보호 시작 5개월 전에 이미 옛것이 되어 더 이상 가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기술 발전과 특허보호의 속도 격차로 인해서 기술기반 기업들은 특허 무용론을 오래전부터 제기했다. 영업비밀은 특허와 달리 별도의 인증기관이 존재하지 않고 미국 영업비밀은 △실제적 또는 잠정적 상업적 가치가 있는 정보를 △해당 정보소유자가 비밀로 지키려는 합리적인 노력만 하면 그 소유를 인정한다.

〃영업비밀은 본인의 사업관련 어떠한 정보도 미국정서에 맞는 합리적인 비밀화 노력만 하면 해당 사업정보의 발명 발상 시점부터 정보의 비밀의 공개 시점까지 (특허의 20년에 비해) 무한대 기간의 보호를 받는다. 그렇다면 IP권 소유자 입장에서는 특허와 영업비밀 중에 상황만 맞는다면 어느 것을 선택할 지는 명약관화하다.

〃국내기업의 상당수는 아라미드처럼 특수기술 세계시장에서 미국 선도기업과 몇 안 되는 경쟁사로 성장한 곳들이 많다.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기업의 기술이전으로 계량기술을 만든 많은 국내기업이 기술이전 계약만료가 되자 기술이전을 한 미국기업에서 영업비밀 절도로 개량기술을 개발했다며 관련소송 위협을 받고 있다. 기술 기반 국내기업에 최악의 사태는 관련 기술제품의 제조 판매 금지명령이다.

〃영업비밀 절도의 결정요소 중에 하나는 관련 영업비밀을 부당한 방법으로 취득했는지다. 본인의 연구 등 정당한 방법으로 타사의 영업비밀을 발견 발명하게 되면 타사의 영업비밀을 부당 취득한 것이 아니다. 미국 영업비밀 사건들을 보면 이전 직장의 중요 사업정보를 접할 수 있는 임원이 이전 직장의 경쟁사로 이직을 하면 그런 사업정보 영업비밀을 필연적으로 공개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 미국법원은 유죄판결을 내리고 있다.

〃영업비밀 범위는 코오롱의 아라미드 제조공법이나 위에서 언급한 기타 영업비밀 사건의 정보뿐만 아니라 고객정보 DB 마케팅과 가격 선정 데이터 납품업체 리스트와 납품가격 등 매우 광범위하다. 지난해 12월 삼성그룹의 새 임원진 편성에 대한 분석 중에 하나는 외국인 임원 승진 3년 연속 증가 추세라는 것이다.

〃 `사람이 미래다` 인재등용에는 국내외를 불문하겠다는 국내 대기업이 근래에 사용하는 슬로건이다. 하지만 이젠 미국 지재권분쟁 (사람이) 영업비밀(분쟁의 빌미)이다 가 더 맞다.

신 피터 경섭 법무법인 바른, 미국 특허변호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peter.shin@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