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라도 지방 근무는 부담스러워

취업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지만 지방 근무는 여전히 취업 준비생들에게 기피대상이다. 취업 희망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정부 산하 공공기관도 지방 이전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은 모습이다.

12일 관련기관에 따르면 최근 2014년 신입사원 채용에 나선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들에 대한 취업 희망자들의 반응이 서울과 지방 등 본원 이전 계획별로 엇갈렸다.

서울 테헤란로 한국기술센터 건물에 위치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한국표준협회는 지난 연말과 이달 들어 나란히 신입사원을 채용했거나 선발 과정을 진행 중이다. KEIT와 KIAT는 산업부 산하 준공공기관, 표준협회는 산업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이다.

KEIT는 지난달 2014년 직원 채용을 위해 1차 서류를 접수한 결과 경쟁률이 92대1로 전년 95대1에서 떨어졌다. 올해 경쟁률도 낮은 편은 아니지만 최근 갈수록 취업난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입사 경쟁률이 떨어진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채용인원 15명보다 95배 많은 1400여명이 지원했고, 올해는 18명 채용예정인 가운데 1600여명이 응했다.

KEIT가 올 하반기 본원을 서울에서 대구로 이전할 계획이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됐다. KEIT는 앞서 채용공고에 지방 이전 계획을 명시하고 지원자를 모집했다.

반면에 서울에 잔류하는 표준협회와 KIAT의 경쟁률은 전년 대비 크게 높아졌다. 표준협회는 최근 16명을 신규 채용하는 과정에서 지원자가 5000명을 훌쩍 넘었다. 지난해 비슷한 규모로 진행된 채용 시 4000여명이 지원한 것에 비해 1000명 이상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역시 서울에 위치하는 KIAT의 입사 경쟁도 예년에 비해 더 치열해졌다. KIAT가 진행 중인 2014년 신입사원 모집에는 채용예상 인원 10명보다 250배 이상 많은 2800여명이 지원했다. 지난해 신입사원 채용 경쟁률도 100대1 수준으로 만만치 않았지만 올해는 이보다 두 배 넘게 높아졌다.

세 곳 모두 현재 같은 건물에 위치한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임에도 향후 본원 소재지에 따라 취업 희망자들의 관심과 반응이 엇갈린 셈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아직은 서울과 지방 근무에 대한 인식이 다른 것 같다”며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