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6월 29일 중국 충칭 소피텔호텔에서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중국측 천윈린 해협양안관계협회장과 대만측 장빙쿤 해협교류기금회 이사장이 분단 60년 만에 단일 경제공동체로 거듭나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서명한 것. 이후 본격적인 차이완 시대가 열리면서 대만 산업에서 중국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ECFA에 따라 중국은 대만에 대해 539개 품목, 대만은 중국에 대해 267개 품목의 관세율을 각각 단계적으로 없앴다. 지난 2011년 1월부터 종전 0~5%는 0%를, 5~15%는 5%를(2012년부터 0%), 15%이상은 10%(2012년 5%, 2013년부터 0%)를 각각 적용했다. ECFA 발효 후 관세인하 대상 품목들의 교류는 급증했다.
자전거가 대표적이다. 대만의 2011년 중국 수출량은 전년 대비 178%가 늘었으며 관세가 없어진 2012년 1월에는 수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4배나 증가하면서 ECFA 효과를 증명했다.
대중 교역에서 관세라는 걸림돌이 사라지면서 대만에 대한 외국인 투자도 덩달아 늘었다. 대만에서 생산해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다는 강점을 노린 것이다. 중국 시장을 겨냥한다면 직접 진출해도 되지만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아직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기업들이 많다. 연구개발(R&D) 여건이 뛰어나고 지적 재산권 보호에도 우위에 있다는 것이 대만행을 선택하는 이유다.
ECFA 이후 양안 교류의 폭은 더 넓어지고 있다. 중국과 대만의 고위층이 만나는 일이 더 많아졌다. 지난해에는 서비스 산업 분야 시장 개방 확대를 골자로 하는 서비스무역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민간 경제 협력기구도 출범했다. 지난해 7월 중국과 대만 기업인들은 공동 번영 방안을 논의하는 협의체 `양안 기업가 고위급 회의`를 열고 매년 번갈아 개최하기로 했다. 이 회의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중국 국영 석유기업 시노펙, 대만 폭스콘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 대만 경제를 뒷받침했던 전자산업이 위기에 처하면서 중국 의존도는 더 높아지는 모양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얼마전 대만전기전자제조자협회(TEEMA)는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함께 공략하자고 중국측에 제안했다. 첸웬이 TEEMA 사무총장은 중국 스마트폰 샤오미가 부품 80%를 대만에서 구입하는 사례를 들면서 공동 브랜드가 출범하면 대만 IT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의존도가 커지면서 그만큼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중국 제조사가 자국 부품을 채택하기 시작하면 대만 업체들은 고스란히 시장을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TV 제조사를 주 고객으로 하는 대만 이노룩스와 AUO가 지난 2년간 적자에 시달린 것도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성장에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최근에는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뉴질랜드·싱가포르와 자유 무역 협정을 맺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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