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하의 날씨가 기승을 부린 지난 9일 광산업체가 밀집한 첨단산단에서는 터치패널제조기업 옵트론티에스(대표 이동현)의 준공식이 열렸다. LED와 광통신업체가 대부분인 이곳에 미래산업으로 알려진 터치패널 회사가 입주한 것은 2010년 솔렌시스에 이어 두 번째다. 솔렌시스가 마케팅 부재로 1년여 만에 좌초, 150억원을 투자한 옵트론티에스의 성공여부에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이 회사 모기업인 옵트론텍은 애플과 삼성전자 등에 광학렌즈를 납품하는 회사로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하는 알짜기업이다. 임지윤 옵트론텍 대표는 이날 준공식에서 “터치패널산업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하는 미래 아이템으로 미래를 위해 광주에 생산거점을 마련했다”고 투자배경을 밝혔다.
디스플레이산업의 핵심인 터치패널산업이 광주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관련 사업 간 협력이 가속화되고 있고, 터치패널 업체들이 속속 광주로 몰려들면서 이같은 성장세는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스닥 상장회사인 옵트론텍을 비롯해 현대모비스, LG이노텍, 금호전기, 동부로봇, 시노펙스, 나노픽시스 등도 광주에 공장을 신설하거나 공동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광주시는 지난 2011년부터 3년간 국비 120억원을 투입, 터치 융·복합산업 클러스터육성사업 육성에 나섰다. 시는 광주과학기술원과 손을 잡고 지난 2011년 터치 융·복합클러스터육성사업단을 만들었다. 14곳의 기업과 3개 대학 등이 참여한 터치사업단은 누적 매출 2700억원, 고용 476명, 투자 403억원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터치패널 R&D사업을 추진, 세계 최초로 3차원 터치기판 검사장비를 개발하고, 글로벌 수준의 정밀도를 가진 롤투롤 중첩(Roll to Roll Overlay) 인쇄장비로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보였다.
시는 첨단산단 내 360여곳의 광 관련 기업과 한국광기술원, 전자부품연구원, 생산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과의 협업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전북 인쇄전자산업과 전남 소재산업과의 연계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한때 터치패널사업은 좌초 위기에 놓였었다.
2012년 2월 세부사업 주관기관이었던 솔렌시스가 경영악화로 영업을 중단하면서 전체사업이 3개월가량 중단됐다. 당시 감독기관은 사업 타당성과 예산집행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대대적인 감사에 나서면서 사업중단이 검토되기도 했다.
위기극복에 나선 시와 사업단은 유망기업 유치 등 네트워킹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 10월에는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9명과 연구인력 30여명이 참여하는 미래전자소자연구센터도 설립했다.
사업단은 정부지원사업은 올해 말 끝나지만, 장기적으로 가전, 로봇, 선박, 자동차, 문화 전시 등 다품종 특화제품을 중심으로 호남권역 내 터치패널산업 매출을 6000억원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병훈 터치융복합클러스터육성사업단장은 “지자체와 산업계, 학계의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지역 내 기반이 매우 취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산업을 성공적으로 창출해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 광역경제권연계협력사업의 모범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뿌린 터치패널산업이라는 씨앗이 이제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다”며 “광산업과 연계 체계적인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광주를 글로벌 터치 융·복합 클러스터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