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국가로 가는 길]<5>혁신플랫폼

창업 생태계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기존 플랫폼을 모두 통합한 `IT-COBA(가칭)`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육과 자금조달, 기술혁신 및 사업화 단계로 운영 중인 각각의 생태계 구축을 위한 플랫폼을 모두 통합해야 한다는 논리다.

[창업국가로 가는 길]<5>혁신플랫폼

김주성 ETRI 창의미래연구소 ICT전략연구실장은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혁신플랫폼 활용 전략` 보고서를 통해 “하나의 플랫폼에서 창업 생태계의 기능별 필요 요소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단계별 플랫폼 통합해야

현재 보육단계에는 엑셀러레이터와 인큐베이터, 자금조달 단계에서는 크라우드펀딩플랫폼, 기술혁신 및 사업화 단계에는 비즈니스아이디어플랫폼과 개방형 혁신시장플랫폼, 기술이전플랫폼 등이 각각 개별 구축돼 있다.

이를 연구한 권보람 연구원에 따르면 “이를 모두 한 사이클로 만들면 개별 플랫폼에서 처리할 때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며 “창업기업의 성장단계 플랫폼을 일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플랫폼이 활성화될수록 사업기회 창출 및 비용절감에 기여할 수 있고, 플랫폼 통합에 따라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하게 돼 서로 연계돼 나타나는 네트워크 효과도 향후 크게 증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통합하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중심의 플랫폼에서 벗어나 서비스 중심의 플랫폼이 확산되면서 산업 간 통합을 가속화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최근엔 스마트카와 같이 IT와 이종산업 융·복합에 따른 디지털과 비디지털 간 융합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플랫폼화 장점의 대표적인 사례는 애플 앱스토어다. 애플은 50만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으며, 50만개 앱이 거래되는데 불과 3~5년이라는 짧은 시간이 소요된다.

플랫폼은 국경과 거리 장벽을 뛰어넘는 비즈니스도 가능케 한다. 델과 현대모비스, NHN 등이 대표사례다.

컴퓨터업체인 델이 소비자와 전 세계 공급망을 플랫폼으로 연결해 중간 유통단계를 줄이고 판매 사이클을 단축했다.

현대모비스는 부품생산과 완성차 조립을 연결하는 플랫폼 구축으로 현대·기아차는 물론이고 전 세계 완성차업체에도 모듈과 AS부품을 수출 중이다.

NHN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은 출시 2년 만에 전 세계 가입자 2억명을 돌파했다. 일본 모바일 메신저 시장 점유율이 44%나 된다.

◇플랫폼이 `만능신`은 아니다

플랫폼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 전략은 참여자 네트워크 효과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초기 참여자 확보가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단점이 있다. 성공한 플랫폼은 잠금효과가 좋아 유사 플랫폼이 생겨도 쉽게 고객이 이탈하지 않기 때문에 후발주자는 참여자 모집에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

수익모델 없는 플랫폼은 기업 입장에선 `계륵`과 같은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도 단점 중 하나다.

구체적인 전략 없이 참가하면 이용료 인상과 플랫폼 사업자에 의한 수직 통합, 고객과의 관계 약화 등 플랫폼 사업자 횡포에 따른 피해도 예상할 수 있다.

노키아 실패사례처럼 새로운 경쟁 플랫폼이 나타났을 때 시장 판도가 변화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파괴적 혁신이 등장하면 기존 플랫폼 우위는 급격이 와해될 수 있다.

중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생태계에 지속 투자해야 하는 단점도 있다. 1~2년내 결과를 볼 수 없다. 페이스북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낮은 성장을 보였으나 2007년 5월 플랫폼 개방을 기점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페이스북은 2012년 5월 나스닥에 상장했다.

상호협력도 관건이다. 심비안은 뛰어난 노키아의 운용체계였지만, 외부 파트너와의 관계형성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제대로 하지 못해 실패했다.

김주성 ICT전략연구실장은 “성공을 위해선 공유와 개방, 소통의 철학을 중시해야 한다”며 “신개념 햄버거 가게 `4푸드`를 고객이 서비스 과정에 참여하는 성공모델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외 혁신플랫폼 뭐가 있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아이디어 플랫폼으로는 국내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창조경제타운, 무한상상실, 글로벌 K-스타트업 등을 운영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비즈니스 아이디어(BI)산업 발전 대책을 내놨고, 중소기업청은 무한상상 국민창업 프로젝트-아이디어오디션 및 시제품 제작터를 가동 중이다.

업계에서는 LG가 사내포털 `LG라이프`를 출범시켜 아이디어를 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의 쿼키, 테크숍, 쉐이프웨이즈 등이 있다. 쿼키는 36만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360여개 제품을 상용화했다. 3D프린터 같은 최첨단 제조시설과 각종 공구 등을 시간제로 빌려주는 테크숍은 월 125달러, 연 1200달러를 내고 회원권을 이용할 수 있다.

개방형 혁신시장 플랫폼으로는 미국의 나인시그마와 이노센티브, 센테니얼 챌린지스, 그랜드 챌린지스 등이 있다. 국내에는 LG생활건강과 관련한 I-커넥트가 대표적이다.

기술이전 플랫폼으로는 해외사례로 `아시아·태평양 기술이전센터(APCTT)` `Yet2.com` 등이 있다.

국내 사례로는 특허청의 인터넷 특허기술장터(IP-마켓) 등이 있다. IP-마켓은 한국발명진흥회 중재로 이루어지는 경매형 기술거래 시스템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