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대그룹 투자 100조원, 30대그룹 전체 150조 안팎…안정적 경영 무게중심

올해 국내 30대 그룹의 투자규모는 지난해와 유사한 150조원 안팎에 머물 전망이다. 대기업들이 크게 나아질 것 없는 대내외 경제 변수를 감안해 공격적 사업 확장이나 차세대 성장모델 발굴에 나서기보다는 안정 지향적 경영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도 100조원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투자와 고용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의식하고 있는 정부가 기업경영 애로사항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을 감안하면 실제 대기업의 투자는 이보다는 소폭 늘어날 가능성도 점쳐졌다.

14일 국내 30대 그룹 기획·총괄 사장단은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새해 첫 간담회에서 올해 투자와 고용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재계는 대부분 올해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투자와 고용을 지난해 수준에 맞추겠다고 밝혔다. 보수적인 경영 방침을 밝힌 것이다. 특히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의 투자계획은 현재 기조라면 100조원 규모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계획했던 98조원과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계가 경제상황을 그리 좋지 않게 보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해와 유사한 규모(50조원)의 투자와 고용을 준비하고 있다”며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삼성이 가진 비중이 있기 때문에 지난해 수준으로 1차 계획을 수립했다”고 언급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49조원 수준의 투자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정도현 LG전자 사장도 “지난해 집행한 금액과 유사한 규모(16조5000억원)로 투자할 계획”이라며 “전자와 화학부문에 투자가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은 지난해 초 계획했던 20조원에 미치지 못하는 16조원 수준의 투자만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지난해 말 2014년에는 14조원을 조금 넘는 선에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역시 지난해 투자 계획과 유사한 수준이다. 지난해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등 설비투자가 많았다면 올해는 자동차 분야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차화협 SK종합화학 사장은 “그룹 전체로는 지난해보다 소폭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며 “세부 논의는 진행 중이며 계열사별로 고른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는 SK가 올해 16조원 안팎의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30대 그룹 전체로 보면 지난해 초 계획과 유사한 수준의 투자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0대그룹의 투자계획은 총 149조원이었다.

이 관계자는 “일부 공격적 투자를 언급한 그룹도 있지만, 경영상황이나 영업환경이 좋지 않아 투자를 늘리는 데 부담을 갖는 대기업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 총수가 검찰수사·재판을 받거나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CJ와 효성, 한화, 현대그룹 등은 올해 투자 계획을 잡지 못하거나 일단 예년 수준에 맞춰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주요 그룹사는 올해 투자와 고용의 기본 가이드만을 공개했다. 최종 계획은 2, 3월께 확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를 창조경제 구현의 원년으로 삼고 재계의 투자와 고용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나서서 기업경영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투자·고용 늘리기에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교감을 거치면서 재계의 실제 투자규모가 이날 공개된 수준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기업경영 평가업체 대표는 “대기업이 투자를 늘리면 중소벤처를 포함해 경제 전반에 새로운 기회가 많아진다”라며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여력이 있는 대기업의 선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 4대 그룹 올해 투자 계획


*자료: 각사 및 재계

올해 4대그룹 투자 100조원, 30대그룹 전체 150조 안팎…안정적 경영 무게중심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