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대학기술지주회사 유명무실 원인은 `교육부`

대학기술지주회사 유명무실 원인은

박근혜정부가 산·학·연·지역 연계를 통한 창조산업 생태계 조성을 국정 과제로 걸고 있지만 생태계 핵심인 대학기술지주회사 운영이 삐그덕대고 있다. 지난 10여년 간 대학은 산학협력단과 기술지주회사 등을 운영하며 밀어내기식 창업으로 근근히 버텨왔지만 기술창업 기지로써 역할을 인지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대학 연구개발(R&D)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국내외 특허 등 지식재산 보유는 늘어나고 있지만 파급 효과에 한계가 있다. 기초연구 성과가 응용 및 개발 연구로 연계되어 기술 이전과 사업화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필요성이 있지만 아직까지 요원한 상황이다. 대학이 아직 창업전진기지로써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슈분석]대학기술지주회사 유명무실 원인은 `교육부`

우선 소관 부처와 지원 부처가 상이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구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가 발의해 채택된 근거법이 아직도 교육부의 산하에 있다. 그렇다보니 기술 이전 및 사업화를 지원하는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등과 연계가 용이하지 않다. 중소기업청이 주관하고 산학협력단이 지원하는 신기술창업전문회사와 역할도 상당부분 겹친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대학기술지주회사 근거법은 지난 2007년 구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이다. 한양대학교를 시작으로 23개 기술지주회사가 자회사 104개를 설립했다. 국내 대학 기술사업화 성과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미국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대학 내 기술이전 계약건수는 109.3%, 기술료는 192.3% 증가했다. 기술이전 건수는 일본, 미국과 견주어도 떨어지지 않지만 기술이전 수입은 미국 주요 대학의 5%에 불과한 실정이다. 기술을 수익으로 연계시키는 것도 미진한 셈이다.

즉 교육부가 ‘대학’이라는 큰 그림에서 운영을 총괄하지만 연구개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보유하고 이를 즉시 사업화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고 있는 산자부나 미래부, 중소기업청보다 이해도나 운영 능력이 떨어진다. 교육부는 초·중·고등교육이나 입시에 만전을 기하는 조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너지를 내야하는 기술지주회사와 산학협력단은 기술을 현물출자해 회사를 세울 때 인가부처가 각각 다르다. 소관 법률이 다르기 때문이다. 산학협력단의 경우 보유한 기술을 통해 신기술창업전문회사를 만들려면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의 적용을 받아 중소기업청에서 인가를 받는다.

기술지주회사와 기술이전전담조직(TLO)의 분리 운영이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도 있다. 교내 기구 간 통일성과 협업체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일정 규모 이상되는 조직은 통합해 별도 법인화를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연세대학교 기술지주회사의 경우 이런 비판을 수용해 TLO를 흡수 통합, 대학 기술사업화 창구를 단일화한 유일한 대학이다. 연대 기술지주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5월 기술이전전담조직을 기술지주회사로 통합해 라이선싱과 창업의 결합을 꾀했다”며 “총체적이고 전문화된 기술사업화 업무를 수행하고자 국내 최초로 대학 기술사업화 전문회사로 출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보니 특허의 전략적인 관리도 떨어지고 라이선선싱 조직과 창업 조직이 이원화돼 연구원들의 기술창업 마인드도 부족하다. 사업화 네트워크도 한양대 기업가정신센터, 호서대 창업지원단 등을 제외하면 외부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곳은 많이 없다. 이들은 모바일 게임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업체로 휴학 중에 있는 대학생 9명이 창업한 곳이다. 최근 해외 시장 진출을 선언한 한양대 기술지주회사 자회사인 트란소노 역시 “특허 기술 평가기준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 인력 수급도 여전히 문제다. 대학 기술지주회사 지원 사업비 중 인건비 비율을 3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변호사, 회계사 등 고급 인력을 고용할 자금이 없다. 이렇다보니 학부에서 관련 지식을 공부한 사람을 뽑아 정부 프로그램으로 재교육한다. 기술 이전 및 사업화 분야 전문인력은 정규직 기준 1.6명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에서 전문가 컨설팅을 받는 항목도 없어 예산 부족에 늘 시달리고 있다. 이윤준 STEPI 연구원은 “다양한 외부 인력을 고용하고 자문을 받으려면 예산은 필수”라며 “다양한 자금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표] 기술이전성과 (출처: 2011 대학산학협력활동 조사보고서)

[이슈분석]대학기술지주회사 유명무실 원인은 `교육부`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