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1980년대 이후 최악의 엔저(円低)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엔저로 일본 제품의 달러 표시 가격이 낮아지는 영향이 발생해 일본 상품 수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대신 경쟁 관계인 우리 기업들은 반사 피해를 받는다.
지난 1년 4개월 사이 원화 가치가 41% 오르는 동안 엔화 가치는 24% 하락했다. 1988년 엔저 현상 이후 최대 폭이다. 일본과 경쟁하는 수출품은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올해 국내 산업의 영업이익 전망도 지난해 152조원에서 11% 이상 줄어든 135조원 정도다.
특히 소재부품 산업은 엔저 현상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본과 직접적인 경쟁 구도에 있는 제품 가격이 높아지며 싼 가격을 등에 업은 일본 기업에 밀리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상황이 더 심해 이미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은 업체들도 속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소 부품업체들은 엔저 현상이 수출에 주력하는 국내 기업에 독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한목소리다.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문제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정부에 호소해 보지만 엔화 약세를 저지하기 위한 환율 개입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정부의 간접적인 지원이 있어도 결국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엔저를 계기로 국내 중소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지원과 정책 마련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산업의 허리를 튼튼히 하자며 그동안 지원했던 성과를 측정하고 돌아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일본도 엔저 이전에는 엔고 현상을 겪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커졌지만 기술력으로 무장한 많은 중소기업들은 풍파를 헤치고 살아남았다.
우리 기업들도 지금까지 여러 경제적 위기들을 잘 견뎌왔다. 다시 위기를 넘기 위해 국가적으로 합심해 기술 경쟁력을 키울 때다. 이번 기회에 엔저의 파고를 넘을 수 있는 기술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민관이 힘을 모았으면 한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