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용량 2차전지 시장 커지면 뜬다더니…속터지는 NCM(배터리 양극활물질) 계열 소재 업체들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대용량 2차전지 시장 성장을 내다보고 니켈·코발트·망간(NCM)계 양극활물질에 투자한 소재 업체들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 지난 3년 전부터 생산 설비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왔지만 시장이 채 열리기도 전 오히려 대체 소재가 쏟아져 나와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생산 공정을 리튬코발트산화물(LCO) 등 다른 물질 개발 용도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정밀화학은 지난 연말 인사에서 자회사인 STM의 양극활물질 사업부장을 경질했다. STM은 삼성정밀화학과 일본 토다공업이 2차전지용 양극활물질을 생산하기 위해 지난 2011년 합작 설립한 회사다. 지난해 양산 준비를 마쳤지만 고객사인 SB리모티브가 삼성SDI로 흡수되면서 사업도 표류하고 있다. 연산 2500톤 규모로 구축하기로 했던 투자 계획도 연기했다. 삼성정밀화학 관계자는 “올해 안에 양산하기로 일정을 늦췄지만 정확한 시점을 확정할 수는 없다”면서 “장기적으로 보고 투자한 사업인 만큼 시장 개화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NCM 계열 전문 회사인 포스코ESM도 NCM 양극재를 전혀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ESM은 2차전지 사업을 위해 포스코와 휘닉스소재가 합작 설립한 회사다. NCM 전문 회사로 출발했지만 소형 전지 시장부터 공략하기로 전략을 바꾸고 리튬망간산화물(LMO)을 우선 양산하기로 했다. 휘닉스소재 관계자는 “NCM 계열 양극재가 각광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투자했지만 시황이 예상과 달랐다”며 “손익분기점도 오는 2015년에야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모신소재는 NCM 계열 양극활물질 생산 공장을 LCO 계열 등 다른 소재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최근 투자한 3공장은 LCO 계열로 채워 넣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2공장인 NCM 라인은 애초부터 다른 물질로 생산을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다른 소재를 양산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NCM은 LCO보다 저렴하고 전기차 등 대용량 배터리에 적용할 수 있어 한때 차세대 양극활물질로 주목받았다. 지난 2011년부터 대·중견 소재 기업들이 대대적으로 투자에 나섰던 소재다. 하지만 전기차·ESS 등 대용량 배터리 시장이 기대만큼 성장 속도가 빠르지 않은데다 대체 소재들도 잇따라 등장하면서 시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다 고가의 원자재인 코발트 가격이 안정세를 되찾으면서 가격 경쟁력의 이점도 사라졌다. 전기차 대표 기업인 테슬라도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계열 배터리를 사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2년 만에 시장 환경이 급변했다”며 “배터리용 양극활물질로 워낙 다양한 소재가 소개되고 있어 앞으로 시장 향배를 예측하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