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IT서비스, 공공SI인력 부족난 심각…대책은 자체인력 양성뿐

중견 IT서비스기업들이 공공정보화 시스템통합(SI) 수행 인력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예년에 비해 수주한 공공정보화 사업은 크게 늘어난 반면에 수행 인력이 부족해 사업 부실 우려도 제기된다. 개정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시행으로 공공정보화 사업 참여가 제한된 대형 IT서비스기업의 공공SI 인력이 대거 중견 IT서비스기업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중견 IT서비스기업들이 늘어난 공공정보화 사업 규모만큼 수행인력을 채용하지 못해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프로젝트관리자(PM)와 프로젝트리더(PL)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당초 개정 SW산업진흥법이 시행되면 삼성SDS·LG CNS·SK C&C 등에서 공공정보화 사업을 수행하던 인력이 대거 채용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도 이러한 인력이 중견 IT서비스기업으로 흡수돼 늘어난 공공정보화 사업을 수행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개정 SW산업진흥법이 시행된 지난해 실제 채용시장에 나온 대형 IT서비스기업의 공공 SI인력은 수십명도 채 안 된다. 이 중 일부는 공공사업부서 축소로 퇴사한 본부장급 임원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중견 IT서비스기업의 공공사업본부장으로 채용됐다. 대형 IT서비스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공공사업본부에 있던 부장급 이하 인력은 대부분 다른 부서로 재배치됐다”며 “실제 퇴사한 공공 SI인력은 10여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대형 IT서비스기업을 퇴사한 인력 중 일부는 중견 IT서비스기업에 채용되기보다 자체적으로 회사를 설립한 경우도 있다. 지난해 삼성SDS의 철도교통사업팀장 등 30여명이 퇴사해 설립한 철도교통 전문 IT솔루션 기업인 `S트래픽`이 대표적 사례다.

공공정보화 시장에 적극 뛰어든 중견 IT서비스기업이 너무 많은 것도 인력난의 원인이다. 농심NDS·대보정보통신·대우정보시스템·쌍용정보통신·LIG시스템·KCC정보통신 등 기존 중견 IT서비스기업을 비롯해 아이티센시스템즈·진두아이에서·콤텍시스템·다우기술 등 네트워크통합(NI) 및 솔루션 업체들도 공공정보화 사업 수주에 적극 나섰다.

대형 IT서비스기업과 중견기업 간 직접적인 인력 이동 논의도 이뤄졌지만 성사된 곳은 거의 없다. 최근 LG CNS의 공공인력을 LG히다찌로 이동하는 방안도 무산됐다. LG CNS와 LG히다찌는 당초 100여명의 공공인력을 이동시키는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LG CNS에서 LIG시스템으로 이동한 20여명도 LIG손해보험 아웃소싱 인력이 그대로 소속만 변경한 것이다.

직접적인 인력이동 논의가 성사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직원들의 급여 보존이다. 대부분의 중견 IT서비스기업들은 대기업에서 받던 급여를 유지해주는 것이 부담스럽다. 한 중견 IT서비스기업 대표는 “삼성SDS와 LG CNS 수준으로 급여를 주기는 어렵다”며 “대부분이 급여와 복지 등을 이유로 담당업무를 바꿔서라도 대기업에 있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족한 인력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체 인력에 대한 역량 강화가 대두됐다. 신입사원 채용을 늘리고 과·차장급 대상으로 PM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PL급 대상으로 PM교육을 강화하는 KCC정보통신이 대표적 사례다. 또 다른 중견 IT서비스기업 대표는 “인력 부족난은 현실적으로 해결할 방안이 없기 때문에 향후 2~3년간은 계속 문제가 될 것”이라며 “자칫 잘못하면 프로젝트 품질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