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소재부품 무역흑자 1000억달러 규모는 전 산업 분야의 무역흑자 441억달러의 2.2배에 이르는 사상 최대치에 달한다. 엔저와 미국의 출구전략 등 대외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값진 결과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일본산 소재·부품 산업에 의존하는 비중은 낮아졌지만, 중국 수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중국은 거대 소비 시장을 기반으로 최근 소재·부품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제조업이 우리나라 턱밑까지 쫓아온 것처럼 소재·부품 시장에서도 언제 치고 올라올지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소재·부품 무역흑자 1000억달러 시대를 앞두고도 샴페인을 터뜨릴 수 없는 이유다.
지난 3년간 대일 소재·부품 무역적자액은 매년 가파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대일 소재·부품 무역적자액은 205억달러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저 영향이 겹치면서 전년 222억달러 대비 10% 이상 줄었다. 소재부품 산업 내 일본 의존도는 10년 전보다 7.6%포인트 하락한 20.8%에 그쳤다. 우리 기업들이 소재·부품 기술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상당량의 수입품을 대체한 덕분이다. 우리 세트 기업들이 일본 외 다른 곳으로 수입처 다변화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전자부품·화합물 및 화학제품·정밀기기부품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는 아직 일본산 소재·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대하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우리나라 소재·부품 산업의 아킬레스건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중국에 915억 달러의 소재·부품을 수출했고, 472억 달러 무역흑자를 거뒀다.
작년 한 해 우리 소재·부품 수출 중 중국 비중은 34.8%에 달했다. 지난 2010년 36.3% 비중보다는 1.5%포인트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 중국은 소재·부품 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한국 및 일본과의 무역역조 개선에 힘쓰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유한 전자부품·화학제품 등 고부가 업종을 중심으로 자국 산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교역으로 전자부품 분야에서 57억달러, 화합물 및 화학약품 분야에서 15억달러 무역흑자를 각각 거뒀다. 중국이 갑자기 치고 올라오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 소재·부품 업계가 동남아국가연합(ASEAN)·중남미 등 다른 신흥국으로 발 빠르게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등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대아세안 소재·부품 수출액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해 대아세안 소재·부품 수출증가율은 13.7%를 기록했다. 대중국 수출 증가율(5.8%)의 두 배를 넘어섰다.
업계 전문가는 “아세안 시장을 지렛대로 활용한다면 중국 의존도가 심한 현 상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고부가 소재·부품을 생산하고, 저부가 제품 라인은 아세안으로 옮겨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