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미래 `창의자본`]<3>콘텐츠산업이 창조경제의 해답

지난 6일 발표한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핵심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다. 대통령은 임기 2년차에 우리 경제 체질을 개선해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한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이번 발표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3대 추진 전략으로는 비정상의 정상화, 창조경제, 내수 활성화를 제시했다. 모두 중요한 추진 전략 과제지만 구태여 하나를 고르라면 창조경제다.

[대한민국의 미래 `창의자본`]<3>콘텐츠산업이 창조경제의 해답

창조경제 기본은 창조산업이다.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는 창조산업을 음악, 공연, 미술, 공예, 건축, 디자인, 출판, 방송, 광고, 영화, 게임, 패션, 소프트웨어 등 13개 업종으로 분류했다. 창조산업을 가장 먼저 주창했던 영국의 문화부(DCMS)도 이와 유사하게 음악, 공연예술, 미술 및 골동품, 공예, 건축, 디자인, 출판, 방송, 광고, 영화, 디자이너 패션, 소프트웨어, 인터랙티브 등 13개 업종을 들었다. 어느 것이든 문화와 예술을 활용한 문화산업, 곧 콘텐츠 산업을 주로 지칭한다.

콘텐츠 산업은 문화적 요소를 바탕으로 창의성과 기술을 발휘해 고부가가치를 만들어 낸다. 문화적 요소는 유·무형 전통문화, 공연전시 등 예술과 의식주를 포함한 생활 문화, 설화나 전설 등 스토리를 말한다. 창의력은 없는 것을 새로 만들어 내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의 것과 다른 것을 만들어 내는 모든 지적 활동이다.

기술은 문화 콘텐츠를 활성화할 수 있지만 특히 디지털을 비롯한 정보통신 기술이 핵심이다. 이 요소가 잘 버무려졌을 때 비로소 성공적인 콘텐츠 산업이 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콘텐츠 산업은 세계시장 규모가 1조3800억달러(약 1500조원)에 이르는 큰 산업이다. 우리나라 콘텐츠산업 규모는 아직 세계 규모에 비해서는 크지 않지만, 88조670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창조산업인 콘텐츠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콘텐츠산업의 바탕이 되는 순수 예술이나 기초 예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모래 위에 지은 집은 쉽게 무너지지만 반석 위에 지은 집은 비가 오고 홍수가 나도 안전하다. 콘텐츠 산업이 중요해 온통 응용 산업인 콘텐츠에만 정책적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콘텐츠 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콘텐츠산업 위주로 지원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문학, 음악, 미술, 연극, 무용, 국악 등의 기초예술에 대한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둘째, 문화·예술적 창의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정부 지원 시스템도 필요하다. 흔히 가치사슬을 언급하며 콘텐츠가 먼저냐 기술이 먼저냐의 논쟁이 치열하다. 콘텐츠산업이 발전하려면 어느 것이 우위냐의 문제보다는 양자의 융합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콘텐츠산업은 문화적 창의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만든 영화 `아바타`는 예술적 창의력이 주도하고 뒷받침한 기술이 합쳐져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가 1994년 이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을 때 주변에서는 그걸 어떻게 기술적으로 현실화하느냐고 반신반의했다. 비록 짧지 않은 기간이지만 15년 후인 2009년, 아바타가 완성돼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그의 예술적 상상력과 창의력이 결과적으로 고도의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만들어 냈다. 그는 이미 1989년에도 `어비스(The Abyss)`란 영화에서 컴퓨터 기술자의 도움을 받아 컴퓨터를 활용한 그래픽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 기술은 이듬해 우리가 잘 아는 포토숍으로 만들어졌다. 콘텐츠가 기술을 창출한 수많은 예 가운데 일부다.

정부 지원시스템과 관련해 콘텐츠 중 디지털콘텐츠를 따로 떼어 미래창조과학부가 관장토록 한 것은 콘텐츠의 특성을 간과한 기술 위주의 낙후된 조직 편제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디지털 여부를 떠나 콘텐츠는 창의적 끼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하고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를 뒤에서 지원하는 체제로 가는 것이 옳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기술을 활용하는 예술가이지 비디오 기술자가 아니지 않은가.

셋째, 구슬이 세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듯이 콘텐츠산업을 위해 충분한 재정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이 콘텐츠 시대고 문화융성의 시대라고 하면서, 특히 창조경제를 외치면서 정부의 재정편성에서 제조업을 육성하려는 의지의 반의반도 배려하지 않는다면 창조경제 구현은 공허한 말장난이다. 재정당국이야 내켜하지 않겠지만 정부의 콘텐츠 예산 확대와 별도로 콘텐츠진흥기금을 만들어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좋겠다.

창조경제는 구호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신년 벽두에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강조했으니 지금이야말로 창조산업의 핵심인 콘텐츠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정부가 가시적인 정책과 이를 뒷받침할 행정·재정적 실체를 보여줄 때다.

박양우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ywpark1010@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