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배출권 거래시장의 남겨진 숙제

배출권 거래시장 운영준비

[이슈분석]배출권 거래시장의 남겨진 숙제

배출권 거래소 확정과 거래시장 개설까지의 주요 일정 등이 가시화돼 배출권 거래제 준비 작업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는 2012년 5월에 공포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산업계의 온실가스를 시장기능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환경부는 배출권 거래시장이 열리면 현행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보다 온실가스 감축비용이 최소 44%이상 절감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배출권 거래 당사자인 기업들은 입장이 다르다. 산업계는 배출권 거래제 시행으로 비용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계속해서 배출권 무상할당기간 및 배출권거래세 시행의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20년 정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4조원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해외 일부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수정하는 상황에서 개발도상국가로 분류되어 있는 우리나라가 먼저 앞서서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는 것도 불만이다. 여기에 거래시장 개설 이후 가격 폭등과 같은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불안감도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한국거래소를 배출권 거래소로 최종 지정한 배경에도 산업계의 이러한 우려가 작용했다. 정부는 배출권 거래소 평가 항목 중 거래안정성 부문에 가장 높은 점수를 배정했다. 또 산업계의 비용부담 우려를 감안해 비용 최소화를 별도 항목으로 분리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체 8개 평가 항목에서 △시스템 구축 운영 △안정적 거래운영 △시장질서 교란 조사 △거래참여 용이성 △국제시장 연계 △비용최소화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환경부와 한국거래소는 시장메커니즘 통해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비용을 줄인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산업계는 여전히 제도 시행 연기를 요구하고 있어 당초 취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시장제도 설계와 회원사 교유기간 동안 산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해를 높이는 것이 배출권 거래시장 안착의 핵심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등 해외 주요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발을 빼는 상황에서 한국이 먼저 나서서 산업계의 부담을 증가시킬 이유가 없다”며 “배출권 거래제는 2020년 이후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는 신기후체제 이후에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희재기자 hjchoi@etnews.com,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