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배출권 거래시장 어떻게 준비돼나

배출권 거래시장 운영준비

배출권 거래시장 운영기관으로 한국거래소가 최종 지정됐다. 배출권 거래 준비 작업을 위한 출발신호가 울린 셈이다. 환경부와 한국거래소는 올해 상반기 중에 배출권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 8월에 500여개의 온실가스 의무감축 업체 모두가 참여하는 배출권 모의 거래를 시작한다. 이제 관심은 배출권 거래시장의 안정적인 개설과 당초 계획대로 배출권 거래를 통한 실질적인 기업 온실가스 감축비용 절감 효과 창출로 모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기존 증권시장의 매매·청산 및 시장 감시 시스템 등을 최대한 활용해 차질 없는 시장을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이슈분석]배출권 거래시장 어떻게 준비돼나

◇배출권거래소, 시스템 구축과 모의시장 준비부터

배출권 거래시장 개설을 위한 한국거래소의 첫 번째 일정은 시장제도 설계다. 실제 기업들간 탄소 거래가 이루어지는 데까지 시간은 1년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주무부처 및 관계기관, 시장참여 고객사 등 최대한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제도설계가 필요하다.

한국거래소는 우선 해외 선진 배출권 시장의 사례를 종합·분석해 제도 초안을 설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할당 대상 업체의 의견을 수렴해 수정해 간다는 계획이다. 운영규정은 모의시장 운영결과를 반영해 환경부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제도설계가 완성되면 이를 기초로 4월부터 전산시스템 구축에 들어간다. 8월부터는 본격적인 모의시장 작업에 들어간다. 9월에는 기업과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결제은행 등 관계기관과 주문·매매·청산결제 시스템 연계를 위해 도상연습과 모의시장 테스트를 실시한다. 준비 막바지인 10월부터는 종합연계 모의시장을 운영한다. 정식시장 개설 전까지 실제와 동일한 모의시장을 통해 기업들에게 충분한 배출권 거래 경험을 축적시킨다는 목표다.

기업과 결제은행, 시장조성자 등을 대상으로 한 시장 교육은 제도설계 이후부터 시작한다. 운영제도와 IT인프라 등 배출권시장 전반에 대한 교육과 설명회를 주기적으로 열어 시장 혼란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거래시장 전체 외형은 기업의 제도 이해와 거래편의성 제고를 위해 현 주식시장과 유사하게 구축된다. 시장에는 배출권 거래수요가 있는 모든 기업이 회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거래는 1톤 단위로 이루어질 예정이며 거래시간은 오전 10부터 12시까지로 주식시장보다는 단축 운영된다. 일반투자자가 참여하지 않은 초기시장인 점을 감안해 주문을 집중시켜 가격 합리성을 갖추고 배출권 매매가 전업이 아닌 기업들의 시장모니터링 부담을 낮추기 위함이다.

◇거래활성화와 시장안정 두 마리 토끼 잡는다

거래활성화와 급격한 가격변동을 막아 시장안정을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도 마련된다.

장내거래 활성화를 위해 할당업체의 배출량 허용한도 부족분과 잉여분 중 일정비율을 장내에서 의무거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특정기업의 대량매매로 인한 시장충격 및 장중가격 급등락을 완화하기 위해 장외시장의 상대매매 방식인 협의를 통한 대량매매제도 도입을 구상 중이다.

현물시장과 선물시장을 동시 개설해 기업의 시장참여를 지원한다. 여기에 연료, 에너지가격, 날씨 등의 영향을 받는 배출권 특성을 고려해 선물시장 헤지거래로 변동위험관리 수단을 제공한다. 배출권 매매 전용 브라우저는 무상 제공하고 거래수수료도 면제해 시장참여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시장안정 부문에서는 주식시장의 서킷브레이커와 같은 장치가 도입된다. 일정수준 이상 가격 급등락시 매매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해 단일가 매매로 전환하는 등 대량 배출업체와 소규모 배출업체 사이의 격차를 완충시킨다는 복안이다. 또 최종 예상시가와 마지막 5분간의 예상체결가격의 격차가 클 경우 최종 가격결정 시점을 일정 시간동안 연장해 가격왜곡 문제를 방지한다.

거래증거금은 100% 사전 징수해 결제불이행 사태를 예방하고 결제주기를 금융시장보다 단축 운영해 신속한 결제와 기회비용 최소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별도 심의기구도 구성된다. 해당 분야의 대표성과 이해관계 중립성 등을 고려해 산업계·학계·기관 등 배출권시장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고 제도개선과 법령 개정, 거래소 운영규정 등을 심의할 예정이다.

◇거래시장 개설 이후 전망

한국거래소는 배출권거래를 시작으로 에너지 파생상품 라인업을 확대해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일본 등 해외 시장과 연계해 아시아 탄소금융 허브 기반을 구축한다는 그림이다. 이미 미국 시카고의 CME, 유럽의 EUREX 등과 연계거래를 시행 중으로 국제적 연계인프라 조성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는 배출권거래가 시작되는 2015년부터 2년 동안은 시장참여자가 할당대상기업과 공적금융기관으로 제한되어 있는 만큼 유동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유상할당정책이 시작되는 2018년부터는 경쟁매매를 통해 거래업무를 수행하되, 유동성 증가 및 가격발견 기능을 제고할 수 있도록 환경부,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선물시장 동시개설을 추진할 예정이다.

2021년부터는 금융투자 업자 및 개인투자자도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개인투자자는 결제이행능력 등을 고려해 금융투자업자에게 위탁해 시장에 참여토록 할 계획이다. 회원도 할당대상업체와 금융투자업자로 이원화하고 다른 에너지·환경 관련 파생상품 시장 개설을 추진한다.

한국거래소는 배출권 거래시장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향후 석유, 가스, 석탄, 기상 등 에너지·환경 관련 파생상품을 추가 상장해 에너지종합거래시장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