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소프트웨어(SW) 등록을 활성화하겠다는 조달청의 정책이 수의계약을 꺼리는 공공기관 담당자들의 구매 관행으로 실효성을 잃고 있다. 정찰제로 인한 `SW 제값 주기`를 실현하기는 커녕 오히려 `덤핑 경쟁`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조달청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등록된 SW 가운데 사무용과 보안 SW를 제외하고는 쇼핑몰을 통해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확인됐다. 오피스 프로그램을 포함한 사무용과 백신 등 보안 SW는 지난해 전체 SW공급금액(1220억원)의 50%. 32%를 각각 차지했다. 18개 SW 품목 가운데 이들 2개 영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한 자릿수를 차지하고 있거나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품목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종합쇼핑몰에 등록된 SW기업은 총판을 포함해 170여개 사다.
조달청은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발표한 `SW 혁신전략`의 일환으로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SW제품의 등록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패키지SW의 `정찰제`를 통해 제값 받기를 실현하고 불투명한 SW 제품 가격에 대해 가격 합리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조달청의 기대와는 달리 업계는 반응은 냉담하다. 등록 활성화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고착된 기존 구매 관행을 개선하지 않고선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히려 가격 공개로 인한 영업 손실이 더 클 것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실제 정부 및 공공기관 담당자들은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을 통해 데이터베이스(DB), 운용체계(OS), 관리SW 등 핵심 SW를 직접 구매하려 하지 않는다. 공무원의 부정부패 가능성 등을 이유로 그동안 수의계약을 엄격하게 제한해 왔기 때문이다. 종합쇼핑몰에서 여러 SW 패키지 가운데 특정 제품을 담당자가 임의로 선택해 구매한다는 것 자체가 정서적으로 용납이 되지 않는다. 만약 담당자가 직접 SW를 구매한다면 해당 제품을 선택한 합리적인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기존에 이미 사용하던 제품이라는 근거도 합리적일 순 없다. 이는 새로운 기술이나 신생 업체의 공공 시장 진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게 되고 오히려 특정 업체를 비호한다는 비난을 듣기 십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감사에서 책임을 면할 정도로 명백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한컴 오피스와 같은 제품이 아니고서는 사실상 방법이 없다”며 “제품 기능과 성능은 감사를 통과할 수 있는 근거로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가격이 가장 합리적인 기준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가격이 선택 기준이 되면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은 `덤핑 경쟁`을 조장하는 장이 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한 시스템SW 기업 A사는 3년 전 종합쇼핑몰에 등록했지만 더 이상 갱신하지 않고 있다. 한 정부기관에서 추가 구매 물량을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을 통해 구매하겠다고 해 등록했지만 막상 구매시점에 기관에서 공개 입찰을 단행했다. `공정 경쟁`을 보장해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결국 A사는 종합쇼핑몰에 가격이 공개돼 공개 입찰에서 다른 업체들보다 불리한 입장이 됐고, 결국 20% 이상 더 낮은 가격으로 수주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기관의 구매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 SW를 구매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라며 “구매 담당자들이 종합쇼핑몰을 활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명백한 이점이 없다면 이번 활성화 정책은 겉만 화려한 생색내기용 정책에 그칠 뿐”이라고 지적했다.
나라장터 종합쇼핑물 SW부문 계약 현황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