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진출을 추진하는 쌍용자동차가 `SUV 명가`라는 정체성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바꾸는 대규모 혁신을 단행한다. 제2 창사에 준하는 혁신 없이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신차 개발은 물론 사명까지 바꾸는 특단의 조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자동차(대표 이유일)는 최대 숙원인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전사적인 혁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인도 방문시 최대 주주인 마힌드라그룹이 2017년까지 1조원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재확인하면서 연구개발 및 생산 라인 신·증설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 같은 투자 계획은 이미 지난해부터 착실히 진행 중이다.
쌍용차는 지난해 창사 이래 가장 많은 8만1600여대의 차를 수출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중국, 서유럽 등 수출국이 110여개국에 달하는데도 유독 미국 시장에는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쌍용차가 오랜 역사를 가졌음에도 아직 미국에 상륙하지 못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생산물량이 너무 적다. 작년에 14만5600대를 생산 및 판매했는데, 이 정도 규모로는 내수와 현재 수출 물량을 대기에도 빠듯하다. 최소 연간 20~30만대는 생산해야 미국 진출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미국 내 판매 및 서비스 네트워크가 없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더욱이 안전 및 환경규제 등 높은 기술장벽이 부담스럽다.
쌍용차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내년부터 3년 연속 SUV 신모델을 매년 출시할 계획이다. 소형 SUV `X100`이 내년 중 출시되고 그동안 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기반 SUV 제품을 출시한다. 여기에는 쌍용차와 마힌드라&마힌드라가 공동 개발한 새로운 엔진 등 첨단 기술이 대거 적용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미국의 까다로운 안전 및 연비 규제를 넘어선다는 각오다. 글로벌 전략 차종인 X100이 출시되는 내년 중 미국 진출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진출에 앞서 올해 대국민 공모전을 개최하는 등 회사 정체성(CI) 개편 작업도 이뤄진다. 현 사명이 잦은 대주주 교체와 파업 등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졌다는 판단이다. 독일 자동차 업체인 오펠과 브랜드 로고가 유사해 유럽지역에서 쌍용 로고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현실적인 난관도 있다. 국내와 세계 각지에서 두루 통할 수 있는 새로운 사명과 로고를 준비하고 있다. 쌍용차는 이 같은 혁신작업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 2016년 30만대 판매, 매출 6조원 달성을 중장기 비전으로 내걸었다.
쌍용차 관계자는 “X100 생산을 위한 생산라인 투자가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서 “2016~2017년 출시 예정인 신차 개발도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