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 매년 본사에 특허비·주식배당 2000억원 지급…`퍼주기` 심하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한국IBM의 본사 특허비용과 배당금 지급 현황

한국IBM이 매년 2000억원 규모의 특허비용과 배당금을 미국 본사에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서 발생된 매출 1조2000억원 중 16%에 해당되고 순이익 기준으로는 이를 넘어서는 큰 규모다. 대규모 연구개발(R&D)센터 건립 등 국내 투자에는 소극적인 반면에 본사 지급 금액에는 `퍼주기` 수준이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보고된 한국IBM의 최근 6년간 사업보고서를 기반으로 집계한 결과, 미국 본사에 특허비용으로 연평균 1142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금은 감사보고서 배당금 지급현황이 보고되지 않은 2008년과 2009년을 제외한 4년간 3236억원이 지급됐다.

한국IBM은 지난 1988년 미국 IBM월드트래이드아메리카/파이스트코퍼레이션(IBM-WTC A/FE), IBM코퍼레이션과 특허권 사용료계약을 맺었다. 계약에 따라 정보처리서비스 등 관련 특허권 사용은 순매출액의 2~3%를, 프로그램(소프트웨어 등) 사용에 대해서는 순매출액의 60%를 기술도입 사용료로 지급하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963억원을, 2012년에는 907억원을 특허비로 미국 본사에 지급했다. 이는 매출액 대비 각각 7.98%와 7.31% 수준이다. 지난 2011년과 2012년 순이익이 1302억원과 1521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본사에 지급한 특허비는 상당히 큰 규모다.

최근 미국 본사가 국내 시장서 SW 라이선스 정책을 강력하게 적용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SW 기술사용료는 매출액의 60% 수준으로 높기 때문이다. 한국IBM은 지난 2010년부터 농협·외환은행 등 금융권 대상으로 무리하게 SW 라이선스 추가 비용을 요구해 문제가 됐다.

본사에 지급하는 배당금도 순이익의 70%를 웃도는 등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7년에는 순이익이 401억원에 불과한데도 611억원을 배당해 순이익의 160% 이르기까지 했다. 한국IBM의 주식은 지난 1987년 미국 IBM-WTC A/FE가 IBM WTC에 양도, 2007년 12월 다시 미국본사가 한국IBM 운영을 위해 설립한 IBM코리아홀딩스유한회사로 양도됐다. IBM코리아홀딩스유한회사는 국내 사무소를 두고 있지 않은 페이퍼컴퍼니다. 한국IBM의 배당금은 IBM코리아홀딩스유한회사 통해 미국 본사로 지급된다.

순이익 대비 배당금을 나타내는 `배당성향`도 지나치게 높다. 국내 기업의 평균 배당성향은 22.4%고, G20국가의 기업 배당성향 평균도 47.7%다. 국내 기업들은 상당수가 배당금액을 낮춰 재투자하는 데 사용하는 반면에 한국IBM은 순이익의 상당수를 배당금으로 미국 본사에 지급하는 셈이다.

한국IBM이 국내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IBM이 국내 대규모 시설 투자로 설립한 센터는 지난 2009년 11월 운영에 들어간 송도 교보데이터센터뿐이다. 교보데이터센터도 교보생명의 장기간 토털IT아웃소싱을 전제로 설립된 것이어서 투자로 보기는 어렵다. 그 외는 대규모 투자보다는 국내 기업 간 협력을 통한 R&D가 대부분이다.

국내 IT기업 한 관계자는 “다국적기업은 국내서 거둔 수익을 특허비와 배당금 명목으로 본사에 지급해 세금 회피에 활용하고 있다”며 “국내 대규모 투자도 소극적이게 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IBM은 “글로벌 IBM리서치와 연계해 한국에도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며 “연구소는 1991년 출범 이래 고객과 비즈니스 파트너에 글로벌 SW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모바일, 스마트그리드 등 IT기반 비즈니스 혁신을 위해 글로벌 IBM이 축적한 연구역량을 전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IBM의 본사 특허비용과 배당금 지급 현황

자료:전자공시시스템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

한국IBM, 매년 본사에 특허비·주식배당 2000억원 지급…`퍼주기` 심하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