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시장 놓고 국내 3사 `이전투구`

중국 중대형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 배터리 3사의 경쟁이 치열하다. 아직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은 시장을 먼저 잡겠다고 경쟁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배터리 기술을 헐값에 중국으로 넘겨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의 중국 시장 진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업체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의 행보가 가장 적극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베이징자동차 등과 함께 추진한 자동차 배터리 합작법인 `베이징 베스크 테크놀로지`를 이달 초 출범했다.

삼성SDI도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중국 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근시일 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재 중국 측 파트너사와 합작사 설립에 대한 최종 조율 단계로 알려졌다. 테슬라모터스에 배터리를 공급하지 못하게 된 삼성SDI는 신규 수요처 확보를 위해 중국시장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국 정부 고위관계자를 만나 배터리 시장 진출을 타진한 데 이어 박상진 삼성SDI 사장이 현지를 방문하는 등 합작사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가장 먼저 중국시장에 진출한 LG화학도 올해 시황 변화에 따른 추가 전략을 준비 중이다. 당초 베이징자동차와 합작사 설립을 추진했으나 이를 SK이노베이션에 넘겨준 LG화학이 어떤 카드를 꺼낼지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LG화학이 먼저 중국시장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배터리업체들이 국내 기업 간 경쟁도 불사하며 중국 공략에 적극적인 이유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할 중국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중국 정부는 2015년까지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 자동차 누적 판매량 50만대를 달성하고 2020년까지 누적 판매량 500만 대를 초과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중국의 친환경 자동차 시장은 2015년까지 연평균 90%의 성장이 기대된다.

배터리업계는 중국 중대형 배터리 시장을 잡기 위한 국내 업체들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한국과 일본만이 보유한 중대형 리튬이온 이차전지 기술이 중국으로 이전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지에 공장을 세우거나 합작사를 설립할 때 다소 불리한 조건이더라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중국이 배터리셀 기술까지 확보하게 되면 양극·음극재 등 소재 원료가 풍부하다는 장점을 등에 업고 가격 경쟁력에서 한국을 추월하는 건 시간 문제”라며 “배터리셀 기술 유출은 수년 내 국내 배터리업체의 경쟁력을 상실시키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은 일본기업과 경쟁하며 3년째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50% 이상으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일본 제품에 비해 안정된 성능과 가격 경쟁력 덕분이다. 반면에 중국은 중대형 배터리 분야에 검증된 기업이 없어 한국 등 해외 선진기술을 확보하는 데 혈안이 된 상황이다.



[자료:업계 취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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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봉균·박태준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