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을 주저하는 우리 기업과 달리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기업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채용 규모를 크게 확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한일 일자리 신 풍속: 채용 늘리는 일본, 채용 주저하는 한국` 보고서에서 일본 주요 기업 897개사의 올해 상반기 대졸 채용 내정자 수는 작년 대비 3.0% 증가한 9만2797명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382개사) 채용 내정자 수가 5.4% 줄어든 2만8869명으로 나타났다. 엔저 훈풍 속에서도 자국 내 생산 확대에 신중한 기업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화학이 -17.1%로 채용 감소율이 가장 높았고 전기 -4.4%, 기계 -3.3%, 자동차(부품) -0.7% 등이었다.
서비스 업종(515개사)은 아베노믹스에 따른 주식시장 회복으로 은행·증권 등 금융사 채용이 크게 늘면서 7.3% 증가한 6만3928명을 기록했다. 인문계 졸업생 채용(-0.9%)은 줄이고 이공계 채용(1.6%)은 늘린 것도 올해 일본 채용시장의 특징이다.
자동차·전기전자 등 제조업뿐만 아니라 건설·소프트웨어·의약 등 비제조업 분야에서도 이공계 인재 수요가 높았다. 일본의 채용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는 것은 엔저로 유리해진 수출 환경과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동시에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의 올해 신규 채용 규모는 3만1000여명으로 작년에 비해 1.5% 감소가 예상된다. 박기임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기업의 고용부담을 줄이고 의료·관광 등 유망 서비스산업의 우수 인재 유입을 유도하는 한편 이공계 인재 양성, 해외취업 지원 등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의 2014년 대졸 정규직 채용계획
(단위: 개사, 명, %)
자료: “2014년 500대 기업 일자리 기상도 조사”. 대한상의 보도자료 2014.1.16.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