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커머스는 지난 2005년 10개 사업자가 사업승인을 받았다. GS와 CJ, 현대, 롯데, 농수산홈쇼핑의 기존 5개 홈쇼핑사에 KTH, 아이디지털쇼핑(티브로드), 티브이벼룩시장, SK브로드밴드, 화성산업이 추가됐다.
하지만 T커머스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12년 8월 KTH가 스카이T쇼핑을 오픈하면서 부터다. 이후 아이디지털쇼핑이 지난해 10월 방송을 시작해 현재 2개 사업자가 활동 중이다. 홈쇼핑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사업자는 사업권이 있음에도 아직까지 판을 벌이지 않았다.
T커머스는 지난 2005년 사업자 선정 당시 TV홈쇼핑과 인터넷 기반 온라인쇼핑 일부를 대체할 것으로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케이블 방송의 디지털전환이 예상보다 느리게 진척됐고, TV홈쇼핑 회사들은 자기 시장 잠식을 우려해 적극적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IPTV와 위성방송 가입자가 1400만을 넘어섰고, 디지털케이블도 확산되면서 성장기반이 갖춰졌다. 여기에 VoD 중심의 시청습관이 인기를 끌면서 T커머스 사업 기반은 어느정도 무르익은 셈이다. 정부가 T커머스를 새로운 유통 성장 동력으로 꼽은 것도 최근 T커머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부 대기업, 중견 유통기업들도 T커머스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연내 사업권을 가진 사업자를 인수합병(M&A)하는 등의 변화가 예상된다. 신세계를 비롯해 여러 회사들이 T커머스 진출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정부의 T커머스 규제와 진흥 방향에 따라 대응 수위가 크게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KTH와 티브로드 역시 아직은 초기 대응 단계다. 일반 홈쇼핑이 케이블·IPTV·위성방송 등 거의 모든 유료방송 채널을 이용하는 것과 달리 초기 단계인 T커머스는 계열사 망에만 의존하고 있다. KTH는 KT IPTV와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아이디지털쇼핑은 티브로드 디지털케이블에서만 제한적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시장성만 확인되면 T커머스를 송출할 플랫폼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전략은 언제든 선택할 수 있다. 물론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T커머스는 기술방식이 다르다지만 홈쇼핑과 고객이 거의 겹친다. TV라는 판매 매개체도 같다. 사실상 같은 시장에서 싸워야 하는 경쟁자인 셈이다. 이 때문에 홈쇼핑사들은 T커머스의 성장에 견제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향후 T커머스 5개 사업자가 모두 사업을 시작하고 모든 플랫폼 확보에 나서면 기존 홈쇼핑을 포함해 총 11개에 달하는 상품판매 채널이 가동되는 셈”이라며 “이는 좋은 채널번호 확보를 위한 송출수수료 인상 경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