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중국에 중대형 2차전지 셀 라인을 진출시킨다. 이달 초 SK이노베이션이 중국 현지 합작사 설립을 발표한데 이어 국내 업체로는 두 번째다. 세계 2차전지 시장 선두인 한국 업체들이 기술 추격 우려를 감수하면서까지 첨단 셀 라인을 진출시키는 것은 거대 중국 시장에 중대형 배터리 생산 교두보를 서둘러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SDI(대표 박상진)는 지난 22일 중국 산시성 시안시 청사에서 산시성 정부, 안경환신그룹과 함께 현지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한 3자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앞서 이달 초 SK이노베이션도 중국 현지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키로 했다.
삼성SDI는 현재 건설 중인 삼성전자의 시안 반도체 공장 인근에 연내 생산라인을 구축키로 했다. 이를 위해 오는 4월까지 환신 외에 산시성 국유기업 한 곳과 합자사를 설립한 뒤 향후 5년간 단계적으로 총 6억달러를 공동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신설 공장은 중대형 2차전지의 핵심인 셀 기술부터 패키징 등 일괄 공정 체제로 구축된다. SK이노베이션도 이달 베이징자동차 등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베이징 베스크 테크놀로지`를 출범하고 단계적으로 셀 기술까지 현지에 이전할 계획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국과 일본만이 보유한 중대형 2차전지 기술이 중국으로 급속히 이전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으로 배터리 셀 기술 이전은 당연한 수순이 될 것”이라며 “중국이 중대형 2차전지 셀 기술까지 확보하게 되면 풍부한 원료를 무기 삼아 가격 경쟁력에서 한국을 추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SDI 관계자는 “향후 수년 내 기술 평준화가 진행되면서 지금의 셀 기술은 더 이상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없을 것”이라며 “또한 합작사를 설립한다 해도 기술 이전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지난 2009년부터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자동차 보급률 증가에 따른 석유 소비 급증과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전기차 산업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순수전기차(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기차(PHEV) 500만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