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법, 산업계 의견 대폭 수용

환경오염 사고발생 원인의 추정과 배상책임한도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환경오염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환구법)`이 산업계 요구를 반영해 대폭 손질된다. 적법 운영시설에는 사고 원인 추정이 배제되고 무한배상책임 예외조항을 두고 기준을 보다 구체화했다.

환경부와 대한상공회의소는 이완영 의원(새누리당)이 발의한 환구법에서 논란이 되었던 일부 법안 문구를 수정, 2월 임시국회에 상임위 심사를 거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법안문구 수정은 지난해 11월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27개 경제단체가 공동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경제단체는 의견서를 통해 환경오염사고 피해원인 입증의 어려움, 과실여부 관련 안전기준 범위의 모호성 등을 언급하며 환구법 조항의 수정을 주장했다.

논란이 됐던 부분은 크게 환경사고 인과관계 추정, 배상책임 한도, 정보제공 또는 열람 및 공개 세 가지다. 기존 발의 법안에서는 환경오염피해자가 인과관계 입증 없이도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었다. 인과관계 입증이 없어도 개연성만으로 사업장이 사고의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었지만, 수정안에서는 적법시설에 대해 원인 추정을 배제했다.

배상책임 한도에서는 인과관계 입증 후 사고와 연관된 사업장에만 무한배상책임을 부과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안전관리나 배출허용기준을 준수하지 않으면 무한배상책임의 대상이었다. 예외조항을 둔 셈이다.

사용물질이나 배출물질에 대한 정보공개는 영업비밀과 관련 있거나 사고와 관련 없는 정보에 대해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대신 위원회를 통해 심의단계에서 거부 가능 여부가 검토된다.

환경부와 경제단체는 이번 법안문구 수정 작업을 통해 산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들의 수위를 대폭 낮췄다는 평가다. 변수는 또 다른 의원의 유사법안 발의다. 산업계에 따르면 한정애 의원(민주당)은 환경오염사고에 대한 사업자 책임을 규정하는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는 기업의 환경사고 책임을 규정하는 환구법이 이미 산업계와 이견조정이 끝난 만큼 같은 환노위 내에서 성격이 전혀 다른 법안이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견 조정이 마무리된 환구법의 범위가 책임과 배상, 보험 등 광범위하다”며 “다른 유사법안이 발의돼 병합심사가 이뤄지더라도 추가논란이 일어나지는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