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의 핵심인 소프트웨어(SW)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먼저 정확한 개념을 새우고 육성방안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선진 IT인프라를 국가 경쟁력 제고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에 맞는 콘텐츠 개발이 시급합니다.”
옛 대우전자와 삼성전자 임원을 거쳐 한국후지쯔와 소니코리아 등 회장을 역임한 안경수 노루페인트 회장이 SW 산업 육성 정책에 대한 쓴소리를 던졌다. 30여년 이상을 IT 업계에 몸담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안 회장은 이제 비IT 영역의 경영진으로 와보니 IT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안 회장이 첫 번째로 던진 화두는 창조경제 핵심으로 부상한 SW 산업 육성 정책에 대해서다. 안 회장은 “최근 SW 개념이 모호해 명확하게 특정 SW 분야 육성 정책이 없다”며 “먼저 우리나라가 어느 영역에 강점을 갖고 있는지 파악, 그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큰 그림이 없다 보니 게임·인터넷·운용체계(OS)·임베디드SW 등 다양한 분야를 육성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품소재 산업도 마찬가지라고 역설했다. 안 회장은 “10년 전에 부품소재 분야가 갖고 있던 문제가 여전히 지금도 해결되지 않았다”며 “수출이 확대돼 소재부품 분야 무역이 흑자로 돌아섰다는 것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완성 제조기업 공장이 해외로 대거 이동했기 때문에 소재부품 수출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네트워크 등 진화속도가 빠른 인프라 영역에 비해 여기에 담을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미흡한 것도 창조경제의 걸림돌로 지적했다. 안 회장은 “롱텀에벌루션(LTE)이나 초고선명(UHD) TV 개발은 세계적으로 우수하지만 여기에 담을 콘텐츠가 부족하다”며 “우수한 IT 인프라가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수준에서 활용되고 만다”고 말했다. IT 인프라가 오락 등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활용되는 것도 좋지만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데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안 회장의 생각이다.
법과 제도가 가상현실과 실제현실이 분리돼 적용되는 현실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안 회장은 “실제현실에서 상대방에게 가해를 입히는 등 법과 규범을 어기면 처벌을 받는 반면에 가상현실에서는 상대방에게 가해를 입혀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로 인해 인터넷 등 가상현실에서의 문제점들이 발생한다는 말이다.
벤처 육성 정책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안 회장은 “벤처기업은 처음 설립할 때부터 실패를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벤처 설립 진흥정책과 함께 실패했을 때 대비할 수 있는 사후 정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처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기술·아이디어와 함께 경영관리 측면의 중요성도 강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