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이슈]그래핀

[이머징 이슈]그래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지만 다이아몬드보다 더 강하다. 구리보다 전기가 100배 이상 잘 통한다. 실리콘보다 전자를 100배 이상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다. 잘 휘어지고 접히기도 하지만 결코 그 성질을 잃지 않는다. 바로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 설명이다. 그래핀이 입는 컴퓨터, 접거나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방면에 쓰이게 되면 기존 전자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전망된다.

그래핀 모서리에는 다른 물질을 당기는 힘이 있어 항상 수소와 같은 이물질이 붙어 있어 상용화가 쉽지 않았다. 이들을 떼어 내는 공정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에서나 보던 그래핀 상용화가 멀지 않았다. 최근 그래핀을 쉽게 생산할 수 있는 연구 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부품연구원의 `그래핀 응용기술 연구개발 동향 및 산업화 전망`에 따르면 그래핀 시장은 2015년 300억달러, 2020년 900억달러, 2030년 6000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그래핀, 플라스틱 사용해 대량 생산 가능해져

그래핀은 생산 공정이 복잡하고 대량 생산이 어려워 실생활에 활용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국내 연구진이 그래핀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공적 결함은 개선하고 특성은 그대로인 탄소 물질을 개발했다. 개발 물질은 태양전지·반도체 칩 등 그래핀이 쓰이는 곳에 사용하고 이미 상용화된 공정으로 개발돼 상업화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북분원 복합소재기술연구소 탄소융합소재연구센터 조한익 박사팀은 전북대 유연인쇄전자공학과 나석인 교수와 한국화학연구원 김병각 박사팀과 함께 면적이 큰 CVD그래핀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고자 플라스틱 원료인 고분자를 이용해 그래핀과 유사한 구조와 특성을 갖는 투명한 탄소나노시트를 개발했다.

연구 성과는 나노기술 분야 권위지 영국왕립화학회지의 나노스케일(Nanoscale)에 게재됐다.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1월 21일 나노스케일 표지를 장식했다.

대(大)면적 그래핀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화학적 기상 증착법에 쓰이는데 이 방법은 금속을 촉매로 사용한다. 제작 후에는 사용한 금속을 제거하고, 제작한 그래핀을 태양전지 등 다른 기판으로 옮기는 후공정(전사공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때문에 주름과 균열 등의 결함이 생겨 품질이 저하되는 단점이 있다.

공동 연구팀은 기판 위에 고분자 용액을 코팅시켜 열처리를 가하는 2단계 공정으로 `탄소나노시트`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탄소 분자 내에 사다리 구조의 고분자인 PIM-1(Polymer of intrinsic microporosity-1)을 합성해, 고분자 용액을 만들었다. 기존 그래핀 제작 공정이 8단계였던것을 감안하면 크게 단순해졌다. 게다가 별도의 후처리공정 없이 태양전지 등으로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 조한익 KIST 박사는 “개발된 공정은 이미 상용화된 탄소섬유의 제조공정을 이차원 탄소소재 합성에 응용한 것으로 이미 공정이 구축된 방법인 만큼 투명하고 전도성을 갖는 이차원 탄소소재의 상업화에 쉽게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대-옥스퍼드대, 그래핀 모서리 순수 탄소구조 증명

윤의준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와 이건도 연구교수팀은 영국 옥스퍼드대와 공동 연구를 진행해 그래핀 활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결과를 발견했다. 지금까지는 그래핀을 생산할 때 모서리에 붙은 불필요한 원소를 제거해야 돼 그래핀을 직접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로 불필요한 원소를 없애지 않아도 그래핀 모서리에 원하는 원소를 붙여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게 됐다.

연구진은 그래핀 모서리에 다른 원소가 흡착되지 않은 순수한 탄소로만 이뤄진 구조가 존재하는 것을 고해상도 전자 현미경 분석과 이론 계산으로 증명했다. 따라서 그래핀을 활용한 가스센서나 에너지 변환과 저장, DNA 분석 등 응용 가능성이 커졌다. 이건도 서울대 교수는 “그래핀 모서리에 불필요한 원소가 달라붙는 문제는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며 “이번 연구로 불필요한 원소를 제거하는 수고 없이도 그래핀 모서리에 원하는 원소를 흡착해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 1월호에 게재됐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