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여럿이 모여 의논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한 공공정책이 초래할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일반대중, 이해관계자, 전문가 등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하는 절차다. 공론화는 갈등을 해결하는 심의민주주의 방식으로도 이해된다. 합의회의, 공론조사, 정책토론과 같은 참여적 의사결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 갈등을 해결한다.
성공적 공론화를 위해 일반적으로 세 가지 요건이 거론된다. 우선 참여의 포괄성과 대표성이다. 당사자·일반시민·전문가는 물론 사회적 소수와 약자 참여도 보장돼야 한다. 또 심의과정의 소통과 절차의 공정성이 보장돼야 한다.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고 이성적 논증을 통한 합의안 마련이 필수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가 `공론화` 작업을 선언했다. 위원회는 최근 `실행계획`을 확정하고 올해 활동에 돌입했다. 앞으로 9개월 간 사용후핵연료 처리와 관련해 국민 의견수렴 창구 역할을 맡는다. 사용후핵연료는 세계 어느 나라도 쉽게 해결하지 못한 난제다. 그 만큼 위원회 어깨에 걸린 기대와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포괄성과 대표성 문제가 진행형이다. 시민단체 몫 두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또 원자력에 대한 새로운 시각들이 대두된다. 그럼에도 위원회 논의주제는 앞서 결정된 국가 에너지정책 테두리 내로 제한되고 있다.
무엇보다 사용후핵연료 처리의 가장 뜨거운 쟁점은 부지선정이다. 공론화에 기대를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위원회는 부지에 관한 사항은 기본 원칙과 방향만 검토한다고 못 박았다. 핵심을 한참 비켜간 느낌이다. 알맹이도 없이 사실상 형식적인 활동에 국한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결국 공론화 이후, 정부가 부지를 선정하고 이를 둔 지역 간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렇게 되면 당초 공론화의 의미도 무색해진다.
공론화는 위원회 슬로건처럼 `안전과 공감`을 토대로 신중히 진행돼야 한다. 동시에 중간저장시설 구축과 부지 등 국민적 관심 사안을 논의에서 빠뜨려서는 곤란하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