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내수기업의 이미지를 벗어나 글로벌 종합에너지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출 것입니다.”
지난 2009년 SK이노베이션 CEO로 취임한 구자영 부회장이 밝혔던 포부다. 그리고 5년 후인 지난해 “앞으로 4~5년 후를 내다보며 전기차 배터리, 전자정보소재, 자원개발 등 신사업에 집중해 탈정유화를 가속화하겠다”며 그 기조를 이어갔다. 구 부회장은 올해 초 “전기차 배터리, 전자정보소재 등 신성장 사업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유사 CEO가 정유사업을 탈출하겠다던 역발상, 구 부회장의 기업경영에 대한 미래 고민은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정유사업 수익이 악화되고 있는 지금 빛을 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4일 2013년 실적발표에서 매출 66조6747억원, 영업이익 1조381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19% 줄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의 부진한 실적은 정유사업 실적 악화 때문이다. 정유사업을 담당하는 SK에너지는 지난해 50조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607억원을 내는 데 그쳤다. 구 부회장의 의지대로 석유화학과 윤활유, 자원개발 등 비정유 사업에서 실적을 만회하지 못했다면 SK이노베이션은 참담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사업의 적자구조를 만회하기 위해 석유화학, 윤활유, 배터리 삼각편대를 앞세워 탈정유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는 비정유사업 부문에 투자한 프로젝트들이 마무리되면서 턴어라운드의 첫해가 될 것이라는 기대로 사업이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SK종합화학은 7년여간 공들였던 중국 우한NCC공장을 올해 초부터 가동을 시작했고 JX에너지와 진행 중인 연산 100만톤 규모의 파라자일렌(PX) 공장과 글로벌 파트너사 간 JV형태로 설립된 JAC의 연산 400만톤 규모의 석유화학제품 프로젝트도 곧 가동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고성능 폴리에틸렌 `넥슬렌`도 상반기 상업생산을 시작해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시장에도 뛰어들 예정이다.
윤활유 부문에서는 SK루브리컨츠가 올해 스페인 렙솔과 진행하는 윤활기유 공장을 완공해 유럽 등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배터리 사업은 베이징전공, 베이징기차와의 합작법인이 올해 초부터 영업을 시작하면서 하반기까지 팩 제조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까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규모를 2만대까지 늘려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석유화학 등 비정유 부문에서 정유사업의 부진을 만회한 지난해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을 확인했다”며 “올해도 신성장동력의 지속적인 발굴과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료:SK이노베이션]>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