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제작사 `고사` 직전…제작비 현실화·저작권 족쇄 풀어야

우리나라 독립 제작사들이 고사 직전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방송사들이 수익성과 시청률을 이유로 제작비를 헐값으로 치르면서 저작권까지 싹쓸이하는 등 갖가지 횡포가 누적된 데 따른 부작용 탓이다. 지난 2011년 반짝 늘어나는가 했던 외주 전문 독립 제작업체 수가 곧바로 감소세로 돌아섰고 매출과 종사자 수 역시 큰 폭으로 줄었다. 독립 제작사 업계는 △표준 제작비 적용 △저작권 귀속 유연성 확보 등 반강제적 제도가 시행되지 않는 이상, 황폐화된 시장 구조가 회복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4일 독립제작사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독립 제작사는 지난 2011년 628곳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2년 578곳으로 줄어들었다. 독립 제작사 매출도 2011년 8095억원에서 2012년 8081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이와 관련, 배대식 독립제작사협회 실장은 “2011년 종편 때문에 잠깐 제작사가 늘어난 때를 제외하고는 제작사 증가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2 방송영상산업백서`에 의하면 중소 방송프로그램 제작업체당 평균 종사자 수는 10명 안팎에 그쳤다. 2008년 평균 12명이었던 종사자가 2011년 평균 9명까지 줄었다 회복됐지만 여전히 영세성을 면치 못했다. 공식 집계된 최근 자료인 2011년 사업체당 평균 매출액은 전년 대비 8.1%나 급감했다. 영세성에 매출 감소라는 전형적인 `사양산업` 형태를 보이고 있다.

한 독립제작사 대표는 “방송사 일이 언제나 있는 것도 아니고 방송사가 갑자기 방송을 취소하는 일도 있기 때문에 많은 인력을 유지할 수가 없다”며 “한때는 어떻게 해서든지 직원들을 데리고 있으려고 했으나 작품을 할수록 빚이 점점 불어나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때 `창작산업의 꽃`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인력 구조에서도 불안정한 상황이 포착되고 있다. 2011년 기준으로 독립 제작사 비정규직 비율은 47.6%에 이른다. 시나리오를 만들고, 촬영을 하는 사람의 절반이 직업 안정성을 버린 지 오래다. 케이블TV, IPTV, 지상파 방송사 등 전체 방송 산업에서 가장 높은 비정규직 비율을 차지하는 분야로 전락했다.

한 독립 제작사 PD는 “임금을 제대로 못 받을 때가 많지만 오직 좋은 영상을 대중에게 선보인다는 꿈 하나로 버텨왔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송 영상 촬영이 아닌 홍보물 제작, 미용기기 판매 등 다른 사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독립 제작사들이 늘고 있다. 특히 광고, 홍보물을 제작 납품하는 독립 제작사가 크게 늘었다. 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에 비해 2011년 독립 제작사의 매출 중 광고, 홍보물 제작 납품 비율이 5배가량 급증했다.

본업인 방송·영상 촬영 매출은 줄어들었다. 2011년 방송사 납품 관련 매출은 2010년 대비 10.0% 감소했으며, 영상물 배포 수입 매출은 2010년 대비 81.3%나 급감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