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회사의 당초 취지는 소수 출자자 간 폐쇄적인 운영을 통한 경영 효율 제고다. 실제로 외국계 IT 기업은 유한회사 설립·전환 이유를 대개 효율적인 경영과 외부 자금 조달이 불필요하다는 것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적지 않은 외국계 IT 기업들이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의 허점을 이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초기부터 유한회사로 설립하거나 중도 전환을 통해 외부감사, 공시 등의 의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유명 외국계 IT 기업 대다수가 유한회사 형태로 국내에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한국HP, 한국오라클, SAS코리아, 어도비코리아, 애플코리아 등은 모두 유한회사다. 일부는 초기부터 유한회사로 설립됐지만 대개는 최근 수년 사이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변경했다.
이들 기업이 국내 IT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연간 매출만 수천억~수조원에 이르고 직원 수는 수백~1000명 이상인 기업이 대다수다. 한국SW산업협회에 신고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한국MS는 6008억1700만원, 한국오라클은 7039억23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HP는 2010년 1조4225억8900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종업원 수는 1007명으로 집계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한회사로 운영되는 외국계 IT 기업의 최근 사업 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며 “이들이 제공하는 소프트웨어(SW)·하드웨어(HW)가 국내 공공·민간 시장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만큼 국내 IT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계 IT 기업은 유한회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각종 의무에서 자유롭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이 `탈세`에 대한 가능성이다. 외부감사가 의무화 되지 않아 자체 작성한 재무제표에 따라 법인세를 내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탈세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한회사로 운영되는 모든 외국계 IT 기업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일부는 외감법을 이용해 탈세를 시도한다는 게 업계 분석”이라며 “역내 탈세 가능성에 대한 지적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됐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외감법 개정안을 발의한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도 보도자료에서 “유한회사 중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의 경우 외감법의 허점을 활용해 기업공시 의무 회피를 통한 수익 규모 은폐가 용이해 역내탈세의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유한회사의 회계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