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블루코트코리아 사장은 사회 생활 대부분을 IT와 함께 했다. 요즘 들어선 매일 같이 복잡한 보안분야 기술을 끼고 산다.
그래서인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에는 재미를 찾는다.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에 쫓기면서도 짬짬이 삶의 여유를 갖기 위해서다. 자기계발서나 경영서적 보다는 유희적 즐거움을 주는 책을 선호한다. 산문집이나 여행기, 만화 등을 주로 읽는 편이다.
그런 그가 추천한 책은 노란색 표지가 인상적인 에세이집 `보통의 존재`다. 이 책은 대한민국 모던 록의 효시로 알려진 록 밴드 `언니네이발관` 리더인 이석원이 2010년 발표한 첫 번째 소설이다.
책은 `보통의 존재`로 삶을 살아온 이석원의 삶을 그린다. 작가 이석원은 메이저가 아닌 비주류 인디 음악인으로서 느끼는 보통사람의 보통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담히 썼다. 음악인으로서의 생활, 이웃과의 이야기, 가족간의 갈등, 연애·친구·동료들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특히 이석원 작가는 음악인으로서 예민함, 까탈스러움, 콘서트 준비, 목소리 보호를 위한 노력 등을 이야기하고 좋아하는 빵을 조카와 나눠먹지 않으려 살짝 숨기기도 하고 조카들에게 만원씩 용돈을 주지 못하는 비루함을 털어놓기도 했다. 우리가 한번쯤은 고민했던 문제들을 소소히 풀어 썼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 만큼은 세상의 특별한 존재이길 바란다. 모든 이에게 특별한 존재이면 더욱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 속에서만이라도 `나`라는 인간을 특별하게 대해 주고, 그런 존재로 기억되길 바라지만 그건 어쩌면 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물론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어떤 누구도 평범으로만 이루어진 삶은 없을 것이다.
인생이란 한편의 드라마에서 누군가는 주인공인 가수로서 삶을 살아간다면, 누군가는 관객으로 살아가는 삶을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내용은 꿈을 가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독려하는 지금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쪽의 내용이기도 하다. 모두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성공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 아니듯, 어떤 이들은 주인공이 아닌 삶의 관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특별함으로 포장해놓은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김기태 사장은 “특별해 보이는 것도 어쩌면 모두 포장된 것일 가능성이 크고, 그냥 자신의 철학대로 자신의 삶을 꾸준히 살아내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라고 간혹 생각한다.
`보통의 존재`와 같은 책들을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고 지나쳤던 소소한 감정, 전혀 몰랐던 자신만의 감수성을 일깨워주고 모든 사람들이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존재로서 살아가는 것에도 감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