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민의 건강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돈을 받고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건강정보 DB에는 개인의 진료내역 등 개인정보도 포함될 여지가 높아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된다.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국민 건강정보를 팔아 채운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구축한 100만명 표본 코호트(특정대상을 장기간 추적한)DB를 활용한 건강정보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판매하기 위해 적정 수수료 체계를 수립한다고 10일 밝혔다. 상반기 중 수수료 체계를 마련, 본격적인 판매에 나선다.
수수료 체계 수립에 앞서 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국민의 2%인 100만명을 대상으로 2002년부터 2012년까지 건강정보 코호트DB 연구를 진행했다. 이 결과 사망일자·사망사유·소득수준 등 사회경제학적 변수가 포함된 진료내역·자격자료·건강검진 정보를 DB화 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수수료 체계가 마련되면 코호트 DB 사업에 참여한 서울대 등 16개 대학과 연구기관에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건강보험공단이 판매하는 건강정보 DB에 대한 개인정보 유출도 우려됐다. 코호트 DB 연구 시 개인식별이 불가능한 개인 건강정보를 활용 했지만, 사망일자·사유·소득수준 등 개인 정보가 분석과정에서 다수 포함됐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100% 차단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 시각이다. 지난해 말 건강보험공단 내부 직원이 개인정보를 무단조회하거나 유출하는 사례가 끊임없이 제기돼 더욱 심각하다.
코호트 DB 조사 결과 도출한 데이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말 개최된 건강보험국제포럼 토론회에 참석한 박유성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는 “코호트DB에 활용된 진료데이터는 상당부분이 청구용이기 때문에 의사가 대충 적는 경향이 있다”며 “데이터 신뢰도가 낮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데이터를 연계하는 방안은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이를 가지고 외부 연구기관이나 정책연구소가 활용할 경우 재앙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건강보험 재정 적자를 겪고 있는 건강보험공단이 국민 건강정보를 팔아 부족한 재정을 메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건강보험공단이 국민 건강정보를 외부에 판매하는 것은 국가가 보유한 국민 소유의 정보를 국민에게 되돌려 준다는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0일 국민건강보험정상화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건강보험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신뢰도와 개인정보보호는 충분히 보완 대책을 마련해 적용할 계획”이라며 “관련 법률에 따라 공공데이터 개방 시 이용자에게 부담을 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공공데이터 정책을 마련하는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공공데이터 개방은 무료라는 것이 원칙”이라며 “오픈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 등 별도 시스템을 구축, 제공할 경우에만 최소 비용만을 이용자에게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