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LG화학의 파우치(Pouch) 방식과 삼성SDI의 캔(Can) 방식으로 양분되고 있다. 지금까지 출시된 전기차는 파우치 타입의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주로 채택했지만 올해 세계 자동차업계가 캔 타입의 이차전지를 채택할 예정이어서 팽팽한 경쟁이 예상된다.
1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올해 첫 전기차를 출시하는 폴크스바겐과 도요타 등이 배터리 방식을 캔 타입으로 정하고 삼성SDI와 PEVE(파나소닉·도요타 합작사) 등의 배터리 제품을 탑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전기차를 가장 많이 판매한 닛산과 GM 등도 차기 모델에 대해 파우치와 캔을 모두 채택할 계획이다. 올해 출시되는 전기차는 판매량에 따라 파우치와 캔 타입의 시장점유율이 좌우될 전망이다.
현재 파우치는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량 1위인 LG화학과 2위의 AESC(닛산·NEC 합작사)가, 캔 타입은 삼성SDI와 PEVE 등이 고수하고 있다. B3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LG화학과 AESC의 파우치 타입의 전지는 각각 1636㎿h, 1593㎿h가 판매됐다. 반면에 삼성SDI와 PEVE의 판매량은 각각 240㎿h, 101㎿h에 그쳤다.
향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과자봉지 모양의 파우치와 깡통 모양의 캔, 두 가지 방식으로 좁혀질 전망이다. 테슬라모터스가 업계 최초로 모바일용 원통형 전지를 전기차에 채택하고 있지만 이 방식을 채택한 업체는 아직 없다.
파우치는 캔에 비해 가격 경쟁력과 제품 응용력이 뛰어나고 캔 타입은 파우치와 비교해 제품 완성도 등의 신뢰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우치 방식은 소형 전지에서 형태를 얇게 만들기 위해 개발돼 휴대폰이나 노트북이 점점 얇아지면서 각광을 받았다. 고객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구조 변경이 가능하고 캔에 비해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고강도 파우치임에도 불구하고 기계적 충격에는 캔과 비교하면 다소 불리하다. 캔은 내구성이 뛰어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초기 생산원가 등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대신 대량 생산할 경우 공정 단계가 파우치보다 적어 원가 절감 폭이 비교적 크다.
배터리 업계는 향후 전기차용 배터리 방식은 디자인이나 마케팅 전략에 따라 당분간 경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노환진 탑전지 사장은 “시장 초기에는 배터리의 안정성을 이유로 캔 타입의 우위를 예상했지만 파우치를 채택한 전기차가 판매가 늘면서 파우치에 대한 편견이 없어졌다”며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는 만큼 향후 배터리 시장은 디자인과 마케팅 등 고객 타깃별로 골고루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방식 채택 현황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