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유통 생태계도 네이버 천하···장터 열고 선수로 나서

온라인 쇼핑시장 흔드는 포털공룡

`샵N`을 앞세워 본격적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에 뛰어든 네이버를 향한 유통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네이버가 지식쇼핑, 체크아웃 등 쇼핑에 특화된 서비스로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구축하며 오픈마켓, 홈쇼핑, 종합몰 등 기존 온라인 유통채널을 장악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절대 우위를 가진 사업자 네이버가 유통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다며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이슈분석]유통 생태계도 네이버 천하···장터 열고 선수로 나서

네이버는 지난 2012년 판매자와 소비자에게 새로운 쇼핑 가치를 제공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오픈마켓형 커머스 플랫폼 `샵N`을 선보였다. 네이버 검색 엔진을 활용해 이용자는 한층 풍성한 상품·상점 정보를 검색할 수 있고, 판매자는 효과적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겠다는 설명이다. 쇼핑 시장 점유율 확대나 거래액 증가는 궁극적 목표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네이버가 `지식쇼핑`으로 쇼핑 정보를 검색하고 `샵N`에서 상품을 골라 `체크아웃`으로 결제해 `네이버 마일리지`로 적립금을 돌려주는 폐쇄적 판매 체계를 구축했다고 보고 있다. 거래규모도 가파른 상승세다. 가장 큰 무기는 역시 70%를 넘는 검색시장 점유율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지식쇼핑으로 경쟁 유통업체의 상품과 가격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유리한 지위에 있다”며 “자신의 장터에 참가한 유통사업자들에게 수수료를 받으면서, 샵N으로 직접 매출까지 올리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일반 쇼핑몰이 샵N 입점 시 발생하는 최초 제휴 수수료는 판매 금액의 3% 수준이다. 네이버 아이디 기반 통합 결제 서비스 체크아웃과 지식쇼핑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면 결제·판매 수수료가 추가되면서 상품에 따라 5~12%까지 뛰어오른다. 이는 오픈마켓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포털 검색이 용이한 샵N에 판매자가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샵N이 오픈 1년 8개월여만에 2만1000개를 웃도는 상점 수를 확보한 비결이다.

최근 네이버 영업 조직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쇼핑 서비스 끼워팔기는 또 다른 논란이다. 지식쇼핑 등 단일 서비스 입점 희망 업체를 대상으로 복수 서비스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한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얼마 전 네이버에 상품 DB를 공급하기 위해 담당자와 수수료를 협의하는 자리에서 지식쇼핑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우선 샵N에 입점하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이같은 제안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전자상거래 지원(EC) 호스팅 사업자까지 위협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샵N은 상품군을 중심으로 노출하는 오픈마켓과 달리 판매자가 사이트 내에서 블로그 형태로 상점을 관리할 수 있는 원스톱 쇼핑몰 플랫폼을 구현했다. EC호스팅 서비스 시장은 메이크샵, 카페24 등 중소 사업자가 진출한 대표적 인터넷 골목상권 사업자다. 네이버가 쇼핑몰 솔루션을 사실 상 무료로 제공하면서 기존 시장 구도를 깨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EC 호스팅 기반 소규모 쇼핑몰이 샵N에 잇따라 흡수되고 있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지식쇼핑이나 샵N에 입점하기를 희망하는 업체는 네이버에 모든 상품 DB를 제공해야 한다. 동일한 상품으로 자체 구축한 쇼핑몰과 샵N 상점을 동시에 운영하게 되는 셈이다. 네이버가 샵N 판매자를 대상으로 판매 가격 할인 프로모션 등을 진행하면 샵N 상품이 기존 쇼핑몰 상품보다 지식쇼핑 상위 화면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샵N보다 판매자가 직접 운영하는 자체 쇼핑몰을 찾는 방문자가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샵N에 입점한 쇼핑몰 운영자가 지식쇼핑 서비스를 통해 기존 쇼핑몰에 고객을 유치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며 “비용 부담 증가, 고객 감소 등 악재가 지속되기 때문에 결국 기존 쇼핑몰을 포기하고 샵N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네이버가 지식쇼핑 상위에 자사 샵N을 노출하고 있다는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상품 키워드를 검색창에 입력하면 샵N 제품만 노출된 사례 제보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특정쇼핑몰을 임의로 우선 노출하는 일은 없으며 기준은 반드시 준수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부분을 조사했지만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가운데 오픈마켓·소셜커머스 등 유통 업계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전전긍긍이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네이버에 줄을 대고 있다. 국내 포털 가운데 가장 높은 검색 점유율을 보유한 네이버를 대체할 고객 유입 채널은 사실상 없다.

실제 과거 G마켓·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네이버 PC 웹 제휴 수수료에 반발해 상품 DB를 철수했지만 방문자가 급감하자 4개월만에 재입점을 결정했다. 지난해 모바일 수수료에 불만을 품고 네이버 애플리케이션에서 상품 DB를 삭제했던 11번가와 인터파크도 수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네이버에 손을 들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