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었던 날씨가 풀린 지난 10일 광화문을 지나 경복궁에 들어섰다. 아직 쌀쌀한 날씨에도 궁에는 외국인과 내국 관광객으로 붐빈다. 궁에 들어서자 작은 세로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내 손안의 경복궁`이란 앱을 스마트기기에 설치하면 색다른 경복궁을 만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실제 이 앱을 다운받아 실행했다. 앱으로 위치를 확인했다. 수백년 전 문무백관이 도열했음직한 자리에 서자 근정전이란 단어가 뜨고 왕이 정사를 보며 새해 인사를 받던 곳이란 내용이 소개됐다. 근정전을 자세히 보기 위해 입구까지 들어서자 바깥 날씨와 대비돼 안은 어둡기만 하다. 왕좌에 앱을 비치자 주변으로 증강현실로 옛 왕좌의 모습이 되살아났다. 한 일본인 관광객은 앱을 보여주자 “이런 앱이 있다는 게 놀랍다”며 “예전에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 등에서 비슷한 사례를 목격했지만 앱은 아니었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은 제 2차 국민관광진흥회의를 주최하고 "관광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면서 "관광을 `경제혁신 3개년계획`의 주 산업으로 집어넣겠다"고 밝혔다. 관광을 5대 서비스 유망산업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관광에 주목한 것은 지난해 외래 관광객이 1200만명을 넘어섰고 관광수익도 15조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관광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은 일자리 창출과 지역 내수경제 활성화에도 큰 뒷받침이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관광산업이 국민총생산(GDP)에 기여하는 효과는 5.9%에 이른다. 생산과 고용규모를 뜻하는 직접효과는 2.0%, 고용에 기여하는 효과도 6.4%다.
하지만 국내의 레저관광 기여도는 세계 평균을 크게 밑돈다. 세계 평균 관광·레저 산업의 GDP 기여도 9.2%에 이르고 직접효과도 세계평균치 2.8%다. 고용효과 역시 세계 평균은 8.7%다. 특히 이탈리아의 GDP 기여도 10.2%, 고용기여효과 11.6%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그만큼 관광산업으로 거두는 성과는 낮아 고부가가치화가 필요한 셈이다.
◇관광에 스마트 비타민 넣으면
최근 관광에 비타민을 투여해 스마트하게 만드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관광에 다양한 첨단 기술과 아이디어를 접목해 고부가가치화 하자는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똑똑한 관광을 실현하자는 것이 목표다. 아울러 외래 관광객 유치는 물론 내수 관광 활성화를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하려는 정부 정책이 전개될 예정이어서 스마트 관광에 힘이 실린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점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중심이 돼 추진한 비타민 프로젝트의 일환인 `내손안의 경복궁`은 주목할 만한 스마트 관광 사례로 꼽힌다.
내손안의 경복궁이 IT와 문화유산의 결합이란 점에서 업계와 정부 관계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전통이라는 이종 간 결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낳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 이런 기대감은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한 경복궁의 이전 모델 `내손안의 덕수궁`에 잘 드러난다. 지난해 1년간 이 앱은 1만3454건을 내려받았다. 또 덕수궁 입장객 가운데 68.1%는 앱을 다운 받아 실행하면서 높은 만족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입장객 수 증가에도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덕수궁 입장객수는 49만여명으로 전년대비 16.4%(7만명)이 증가했다.
아직 일반인들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앱이 활용되면 가치는 빛을 발할 전망이다.
지역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앱의 확산을 기대하는 이유다.
이 앱에는 지역 먹거리와 볼거리가 함께 소개돼 인근 업소의 매출액 증가와 지역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영어와 일어 중국어 등 다국어로 서비스하면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도 잇따랐다.
한 경복궁 주변 음식점 주인은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앱을 통해 외국 관광객이 삼삼오오로 맛집을 찾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며 “경복궁에도 이 같은 앱이 마련돼 관련 상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향후 문화유산을 스마트 콘텐츠화한 관광 안내서비스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장광수 한국정보화진흥장은 “스마트 문화유산 관광안내 서비스는 ICT와 인문학을 융합한 문화유산 콘텐츠 개발을 통해 고품격 문화관광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창조경제 비타민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성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스마트 관광에 힘 실어
정부는 스마트 관광을 위한 세부계획을 마련해 힘을 싣는다는 방침이다. 관광서비스 분야 벤처·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창조관광기업 육성펀드 500억원을 조성해 운용하고, 전국을 스마트관광 시스템화 하기로 했다.
또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 관광서비스 기반도 구축한다. 서민이 주로 방문하는 전통시장 등에 공공 와이파이를 확대 설치해 스마트기기로 관광정보를 확인하게 하고 위치기반서비스(LBS)를 활용한 주변 관광정보 자동 전송서비스도 추진한다. 걷기·자전거·카누 등 무동력 수단을 활용한 차 없는 여행정보망도 서비스한다
여행노트 등 앱을 개발하는 관광벤처 육성에도 나선다. 내년부터 5년간 500억원 규모 창조관광기업 육성펀드를 조성하고 창조관광 보육센터도 운영하기로 했다. 또 관광서비스 특성에 맞게 벤처확인 기술성 평가기준을 마련해 창조관광기업 벤처확인을 도울 계획이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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