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W분야 불공정 거래 근절 나서…중견기업도 메스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기술 탈취, 부당 단가 인하 등 소프트웨어(SW) 분야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적극 개선한다. 특히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의 불공정 거래도 메스를 가할 방침이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13일 경기도 성남에 있는 벤처기업 아이알웨이브(대표 주훈)을 방문해 SW 분야 기술탈취 현장 체험과 기업인들과 불공정 거래와 관련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노 위원장이 방문한 아이알웨이브는 빛이 없는 곳에서 열로 물체를 감지하는 열상기술 전문 벤처기업으로 2006년 설립됐다. 이 회사는 중견기업과 거래하면서 자사의 핵심 기술을 빼앗길 뻔 했다. 주훈 아이알웨이브 대표는 “우리 기술이 적용된 카메라를 중견기업에 공급했는데 그 기업의 우리 기술의 소스코드를 내놓으라고 했다”며 “하마터면 우리 기술을 빼앗길 뻔 했다”고 밝혔다.

노 위원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기술유용 행위와 인력 및 영업비밀 탈취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동안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만 문제돼왔는데 이날 노 위원장이 중견기업의 기술 탈취 사례를 직접 보고 들음으로써 중견기업에 대한 불공정 사례도 앞으로 공정위의 개선 대상에 오르게 됐다.

기술 현장 체험과 함께 노 위원장은 보안·전사자원관리(ERP) 등 솔루션 기업 대표 11명과 간담회를 갖고 부당 단가 인하 등 SW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청취하며 근절 의지를 밝혔다. 노 위원장은 최근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의 불공정 하도급을 제재했다며 “앞으로도 SW업종의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들은 SW 부문 불공정 거래가 만연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개선안 마련을 주문했다. 발주한 내역대로 대가를 지불하지 않거나 추가 급여 없이 과업을 변경·추가하는 관행 등을 고쳐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조풍연 메타빌드 대표는 “발주 시 제시한 금액이 수주 후 협상 과정에서 깎이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며 “과업 내용이 변경되거나 추가돼도 마땅한 보상이 없는 관행도 고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맡은 업무를 다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사업이 완료되지 않았다고 대가 지급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며 “부분 사업 완료시에도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웅 제이컴정보 대표는 “다른 업종보다 SW 부문 불공정 거래가 심각하다”며 “IT 인프라는 세계적인 수준이라지만 공정거래는 개도국에도 못 미친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불공정 거래는 대부분 실무진에서 이뤄진다”며 “관련 회사 대표에게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실무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고 공정위는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훈 날리지큐브 대표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모범적인 행동을 강조했다. 공공 부문에서 SW를 개발해 무상으로 각종 기관, 지자체 등에 배포해 관련 기업의 사업을 가로막는 문제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부가 SW산업을 육성한다고 해놓고 무상으로 제품을 공급해 관련 업체 사업을 저해하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면 안 된다”며 “정부부터 이상적인 사업 모델을 만들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