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에서 도요타 급발진 소송만 100건 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도요타 급발진 소송에 관여하고 있는 요르겐 숀(Juergen Schoen) JS컨설팅 대표는 국내에 알려진 3건보다 훨씬 큰 규모로 도요타 급발진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숀 대표는 “도요타는 이미지 추락과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우려해 합의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은 지난 7일(현지시각) 급발진 수사를 받고 있는 도요타가 우리 돈 1조원에 합의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독일 태생인 요르겐 숀 대표는 현재 한국과 독일, 미국, 일본 등 세계 전역에서 자동차 기능안전(ISO 26262)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 독립 컨설턴트다. TUV라인란드, DNV 등 세계적 인증업체와 공동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운전자 측을 대변하는 미국 대형 로펌 ‘RCRSD’ 소속 기술자문역으로 현재 캘리포니아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요타 급발진 소송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그는 도요타 급발진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님을 강조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장부품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오류 가능성 역시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도요타는 미국에서 급발진 소송을 당한 첫 케이스일 뿐”이라면서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한국 자동차 업체 역시 미국에서 도요타와 똑같은 일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BMW, GM 등 유럽과 미국 자동차 업계는 일찍이 이 같은 사태를 예견하고 2000년대 중반부터 철저히 대비했다는 게 숀 대표의 설명이다. 자동차 기능안전 국제표준(ISO 26262)이 공식 발효된 2011년보다 훨씬 앞서 유사한 활동을 통해 전장부품 오류에 따른 사고 발생과 법적 분쟁 가능성을 최소화했다는 것. 일본도 도요타 사태 이후 ISO 26262의 중요성을 깨닫고 빠른 속도로 선진 업체를 뒤쫓고 있다. 심지어 중국 완성차 업체들도 우리나라 부품사에 주문할 때 ISO 26262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숀 대표는 “ISO 26262의 핵심은 자동차 제조사가 설계부터 완성차 출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작 과정에서 안전한 작동을 구현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는 것을 문서로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라면서 “미국의 강력한 제조물책임법(PL법)에서도 ‘최신 과학기술(State of the art)’로 ISO 26262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해외 완성차 업체의 주문을 받은 대형 부품사 외에 ISO 26262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세계적 수준에 올라선 해외 경쟁사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