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울산 석유비축기지 낙찰, 8조 투자 속도

에쓰오일이 한국석유공사가 공고한 울산 석유비축기지 매각 경쟁입찰에서 최저가 수준으로 낙찰 받는다. 이에 따라 에쓰오일이 지난해부터 예고한 8조원 규모의 설비투자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17일 석유공사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이날 마감한 석유공사의 울산 석유비축기지 매각 입찰에 에쓰오일이 단독으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석유공사는 울산 석유비축기지의 최저가를 5190억원으로 산정했으며 18일 오전 11시 최종 낙찰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석유공사는 용지 매각에 따른 특혜 시비를 없애기 위해 제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 제한조건은 정유 또는 석유화학기업으로 투자 활성화를 위해 매각대상 용지와 관련 3년 이내에 5조원 이상 투자하는 것이다.

석유공사가 기지 매각을 경쟁입찰로 진행했지만 제한조건인 5조원 설비투자를 이사회에서 승인받는 것은 한 주라는 짧은 기간 내에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투자계획을 발표한 에쓰오일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에쓰오일 최대주주 사우디아람코의 칼리드 알 팔리 총재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에쓰오일이 울산에 공장 확대를 위한 토지를 찾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50억달러(약 5조37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비축기지 매입으로 에쓰오일이 추진하고 있는 신규 투자프로젝트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에쓰오일은 이번 투자를 통해 정유 부문의 고도화비율을 확대하고 석유화학 기반의 소재사업에도 뛰어든다.

에쓰오일은 매입한 용지에 2018년까지 3조원을 투입해 중질유분해시설(고도화설비)을 설치하고 2조원을 들여 석유화학 1단계 공사를 추진하는 등 총 8조원을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도화설비가 확장되면 고도화비율은 현재 41%에서 46%로 5%P 확대된다.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CEO는 “신규 투자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의 사업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자동차부터 가전제품, IT와 생명기술 등 고부가가치 소재를 생산하는 석유화학 하류 부문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상당한 도전이지만 시기상 지금이 다시없을 절호의 기회”라고 덧붙였다.

에쓰오일은 과거 IMF 당시 고도화설비에 투자하고, 금융위기 때는 파라자일렌(PX) 등 석유화학설비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위기를 극복한 바 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